[경제와 세상]‘반값 집세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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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정대영 칼럼

[경제와 세상]‘반값 집세 운동’이 필요하다

by eKHonomy 2013. 2. 20.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반값 등록금 운동은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으며 대선 공약에 반영돼 곧 일부라도 실행될 것 같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은 대학생에게는 절실한 문제지만 국민경제 전체로는 우선순위의 정책은 아니다. 과도하게 높은 대학진학률, 일부 대학의 부실 등을 생각할 때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나 대학의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 확대도 빈곤 노인층을 위해서는 절박한 정책이지만 역선택, 도덕적 해이 등과 함께 세대간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아파트, 원룸 등 임대수입이 있으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던 노인들이 큰 혜택을 볼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기초노령연금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살고 오히려 임대소득세를 내야 할 계층이다. 반면 어렵지만 법을 지켜 국민연금을 낸 영세 자영업자는 거의 혜택이 없고 앞으로 국민연금을 낼 유인도 사라진다. 젊은층의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줄어 제도의 근본이 훼손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세대간 갈등과 역선택이 적으면서 꼭 필요한 복지정책은 무엇일까? 정부가 세입자의 집세 일부를 지원해 국민의 집세 부담을 대폭 낮추는 것이다. 중하위 소득자, 무주택자 등에 대해서는 집세의 50% 정도까지 소득과 가족수에 따라 차등 지원하고, 고소득자와 유주택자에 대해서는 집세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가 적고 국민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세입자에 대한 집세지원은 유럽 등 복지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제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예견된다.


첫째, 인간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의식주 중 우리나라에서 상황이 가장 열악한 주거에 대한 지원이다. 지난 4일 통계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2’에 따르면 현재 전국 184만가구가 지하, 반지하, 옥탑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서 살고 있다. 며칠 전 인천에서 밀린 집세 독촉에 시달린 50대의 세입자가 70대의 집주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비참한 일이다. 집세 지원은 나이와 직업에 관계없이 경제력이 약한 사람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절실한 복지정책이다.


둘째,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의 하나다. 우리나라 지하경제는 여러 형태로 존재하지만 주택임대소득이 가장 클지도 모른다. 아파트, 다세대, 원룸, 오피스텔, 생활형 주택 등 주택임대시장은 어마어마한데, 임대소득 총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많은 임대소득자가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집세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이 이루어지면 임대소득이 조금씩 투명해지고 필요하면 적절하게 과세할 수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고 임대소득은 대표적인 불로소득이기 때문에 철저한 과세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셋째,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주택자에 대한 우대는 많으나 세입자에 대한 지원은 별로 없다. 주택 등 부동산도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이다. 경제력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이나, 한곳에서 오래 살 것이 결정되지 않은 사람은 집을 사는 것보다 세를 사는 것이 유리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주택 보급은 충분해야 하나 국민 대부분이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경제 안정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보유하면 할수록 정부는 집값을 올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고 부동산 거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나 우리나라의 하우스푸어 같은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시 피해가 컸던 나라는 자가 보유비율이 높았던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미국이고 자가 보유비율이 낮은 독일은 큰 문제없이 지나갔다. 우리도 이제는 주택을 소유나 투기 대상에서 거주 대상으로 바꾸어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결혼하기 쉬운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도 ‘반값 집세 운동’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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