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히는 ‘경제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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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김수행 칼럼

기가 막히는 ‘경제대통령’

by eKHonomy 2010. 5. 24.

김수행|성공회대 석좌교수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거대 재벌기업 사장도 했고 예수교 장로이니까 국민 모두를 잘 살게 하는 경제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유언비어’에 의해 당선된 것 같다. 재벌기업 사장이라는 경력과 예수교 장로라는 신앙심이 교묘하게 결합하여 지금과 같은 총체적 위기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기업 사장 자리는 자기가 고용하는 노동자들과 경쟁기업들을 짓밟아야 번창할 수 있으며, 하청업체나 소비자 등 거래 상대방의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이윤을 보면 그만이라는 ‘개인주의적 경제철학’을 가지게 한 것 같고, 예수교 장로의 신앙심은 ‘나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으니 어느 누구도 나의 주장을 꺾을 수 없다’는 몇 백 년 이전의 ‘왕권신수설’을 믿게 한 것 같다.

실현 불가능 ‘7·4·7 공약’은 사기

우선 이명박 후보의 선거공약 ‘7·4·7’은 선거참모들의 무지의 산물이 아니라 유권자를 속이려는 것이었다.

한국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이므로 세계 경제의 변동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과, 세계 경제의 주축인 미국 경제가 그때는 이미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로 침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7·4·7’을 외쳤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집권하자마자 7·4·7공약을 휴지통에 버렸는데, 경제대통령은 자기의 ‘죄를 회개’한 적이 없다.


경향신문 김용민 만평



둘째, 과거 정부와는 달리 부동산 투기로 돈 번 부자를 고위공무원에 임명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한국 사회의 정의를 무너뜨리고 특히 부자로 하여금 투기에 전념하게 만들었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는 개인이나 개별 기업에는 이윤을 안겨 주지만 한국 경제 전체의 부는 조금도 증가시킬 수 없다. 다시 말해 투기는 부자가 서민의 주머니를 터는 방법일 뿐이다.
이것이 개인과 사회를 동일시하는 ‘개인주의적 경제철학’의 병폐이다. 건설회사가 팔리지도 않을 아파트를 마구잡이로 짓고, 부자들이 값싼 이자로 대출을 얻어 아파트에 투기하도록 방치한 것인데, 이제 이 민간부채가 기업과 가계를 파산으로 몰아가고 있다.

셋째, 세종시와 4대강 문제로 1년 내내 국력을 낭비하는 것이 경제대통령이 할 일인지 참으로 기가 막힌다. 이 정도 되면 하나님이 엉터리 계시를 주었든지 하나님의 계시를 엉터리로 해석했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더욱이 하나님의 본질은 ‘사랑’이라는 것을 아는 예수교 장로가 거의 80년 만의 세계 대공황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업, 빈곤, 실의에 빠져 있는가를 한 번만이라도 생각했더라면, 부자들로부터 좀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이 사회의 복지제도를 마련하려고 했을 것이다.

남은 2년 위해 ‘충격요법’ 필요

넷째, 지금 천안함 사건을 가지고 북한에 대한 무력 행사까지 논의하고 있는데, 신주처럼 모시는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으려고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초토화시킨 경제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포기한 것인가?

경제성장률, 외환보유액, 국가부채, 수출증가율 등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외국 투자자를 놀라게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 경제는 대공황에 빠져 있으며, 유럽연합(EU)의 국가부채 구제금융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강대국들이 자기들의 국가이익을 챙기기 위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언제든지 큰 곤란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대통령이라는 유언비어를 믿고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한 것을 ‘회개’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권이 앞으로 남은 2년여 동안 국민들의 현실적 생활을 개선하는 일에 몰두하게 하려면, 주류 사회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가할 수 있는 거대한 충격은 지자체 선거에서 현재의 정권을 심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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