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에 ‘관치의 그림자’를 걷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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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고]금융에 ‘관치의 그림자’를 걷어내자

by eKHonomy 2015. 1. 7.

작년 한해 금융산업의 발자취는 그리 밝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없다. 국내 경제 전반의 저성장과 저금리, 서민경제의 침체는 금융산업의 위축을 가져왔고, 좋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금융종사자의 고용, 소득이나 희망도 내려갔다. 금융사들은 경영목표를 맞추기 위해 마른 수건을 짜면서 직원은 줄이고 고객의 불만도 줄이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올해도 작년보다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전제로 경영을 수립하고 있는 듯하다. 이와 별개로 금융당국은 다르게 보인다. 특히 금융위는 조직을 늘리고 있다. 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할 일이 많아 조직이 증가하는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그렇게 이해되지 않는다. 현재는 위축된 금융산업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와 자율경쟁을 높여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불공정 요인을 줄이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사 간의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당국은 규제를 줄인다면서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대책을 제시한다며 시장개입 조항만 늘리는 식의 시어머니 역할을 늘린다는 비판을 받아 오고 있다. 중앙부처로서 큰 틀을 보아야 함에도 시장을 모른 채 정책을 집행하다 보니 실효성 없이 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이런 분야는 또 있다. 금융공기업이다. 고객에 대한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전산과 서류를 조작하며 서민을 울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신용보증기금,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금융공기업의 폐해는 세간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도덕적 해이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 보여진다. 그럼에도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폐쇄성과 뻔뻔함이 조직에 만연되어 있다.

금융산업이 희망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 마디로, 관치·관변 중심의 금융시스템 전반을 시장과 금융사가 춤추는 구조로 바꿔 놓아야 한다. 금융당국의 간섭이나 관변 기구·인사를 동원하며 시장과 정책을 주무를 것이 아니라, 시장과 시장의 당사자인 금융사가 자발적으로 뛰게 하는 장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들이 뛰는데 불필요한 장애물을 제거해 주고 룰을 위반하는 것을 모니터링하면서 경고·제재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지금처럼 이 구역에서만 놀아라, 이것 하지 마라, 이렇게 해라 하는 등의 자질구레한 규정, 지도, 전화나 구두 행태의 개입을 없애라는 것이다.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5 증권, 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 세번째)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 세번째) 등이 개장을 축하하며 박수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소비자들 또한 불합리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각종 행태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시장에 알리며,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금융산업이 소비자 중심, 금융사 중심으로 움직일 때 희망이 보일 것이다. 2015년 새해는 금융산업이 춤출 수 있도록 금융분야의 관치·관변의 폐해를 줄이는 해가 되길 소망한다.


조남희 | 금융소비자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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