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윤경 | 에듀머니 이사
고물가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점점 사람들의 살림살이에 한숨이 늘어간다. 이런 때에 대형마트가 내거는 가격 파괴 기치는 달콤해 보인다. 인터넷 대형마트를 검색해 보면 ‘가격 혁명’이란 홍보 문구까지 내걸고 있다. 지난해부터 염가 제품 논란을 일으키면서 재미를 톡톡히 본 대형 유통업체들은 고물가 시대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물가전쟁을 계속할 것처럼 요란을 떤다.
그러나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에 가보면 도대체 뭘 할인해준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카트에 이전보다 신중하게 물건을 담았음에도 계산대에서는 합계 금액에 갈수록 놀라움이 커진다. 초대박 세일의 제품 대부분이 일부 가공식품에 한정돼 있고 그나마 생필품 할인은 시간제한이나 물량제한에 금세 동나 버리기 일쑤다. 결국 밥상에 올라갈 제품이 아니라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제품 몇 가지 할인으로 가격 혁명을 한다는 등의 호들갑을 떤 것이다. 많은 소비자는 광고 문구만 유난스러운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뒤통수 맞은 기분으로 돌아온다.
스탠퍼드 대학의 신경학자 브라이언 넛슨의 실험에 따르면 할인된 제품 혹은 저가의 제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뇌는 충동구매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저가 제품에 대한 소문만으로도 뇌에서는 충동을 자극하는 측좌핵이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할인을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퍼뜨리게 되면 사람들의 머릿속은 충동구매욕으로 가득해지고 특별히 마트에 갈 일이 없어도 가야만 할 것 같은 강박에 내몰린다.
지금과 같이 고물가 때문에 식탁이 지옥으로 변한다고 하소연할 정도의 분위기에서 대형마트의 할인 광고는 상당한 자극이다. 번번이 속는 줄 알면서도 할인 광고나 기사를 접할 때 혹시나 하는 기대심을 다 버리지 못한다. 제품 하나하나 필요에 의해 신중하게 사는 소비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도 할인전략 마케팅에 낚이는 원인이 된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콩나물 1000원어치, 두부 반모 등 스스로 필요한 양을 정해서 구매했다. 자신에게 적절한 양과 구매여력을 고려한 균형있는 소비가 가능했고, 양과 가격에 대한 인지가 전제돼 있으니 가격 비교가 수월했다.
지금은 포장돼 있는 대로 구매하고 그것도 대량으로 카트에 담는 소비가 일상화하면서 가격에 대한 인지가 떨어졌다. 광고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 때문에 가격에 대한 인지가 왜곡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흔히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취급하는 생활협동조합 제품은 고가일 것이란 선입견이 전제돼 있고 대형마트 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대로 가격 비교를 해보면 우리의 생각과는 다른 결과를 접할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물가가 널뛰기를 하는 상황에서는 몇 가지 제품들은 생활협동조합 제품이 더 저렴하기까지 하다. 생활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주문생산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 그에 반해 대형마트는 지금과 같이 수입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므로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격이 왔다갔다 한다.
제품의 질 면에서도 생활협동조합 상품은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더 이상 미끼 상품 몇 가지 할인으로 불쾌감을 주는 대형마트로의 발길을 끊어볼 필요가 있다.
대신 양과 가격 흥정이 가능한 재래시장이나 유기농 친환경 제품 이용을 위한 생활협동조합으로 소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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