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은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대형 신규 사업 14개가 반영돼 있다고 한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34개 사업도 착수할 수 있도록 예산이 편성돼 있다. 경제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14개 사업의 총 사업비는 5조여원,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34개 사업의 총 사업비는 15조여원에 이른다. 경제성이 없거나 경제성 여부가 검토되지 않은 신규 사업에 향후 20조여원이 투자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을 이처럼 허술하게 써서는 안된다. 더욱이 복지 예산 급증으로 재정의 효율적인 사용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경제성이 없거나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은 신규 사업을 한 해에 수십여건이나 벌이는 것은 예비타당성 조사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을 무분별하게 시행해 예산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정부는 국책사업의 시행 여부는 경제성 외에 지역균형발전이나 정책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얼핏 보면 맞는 말 같다. 경제성만 따진다면 국토균형발전을 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 예결특위 결산소위 열려
(출처 :경향DB)
그러나 지역균형발전이나 정책성도 근본적으로는 경제성에 바탕을 두고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지역 숙원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정치적으로 결정돼 추진된 사업 중에는 지역 발전에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예산만 낭비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이 그렇다.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는 말은 전체적으로 볼 때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성 없는 사업의 추진 과정이나 완공 후에 득을 보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일부 사람을 위해 국민 혈세를 비효율적으로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국토균형발전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국가 과제다. 그렇다면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려 놓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막연히 도로 하나, 철도 하나라도 있으면 더 좋다는 식으로 경제성 없는 사업을 마구 추진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중장기 시각에서 처음부터 경제성이 있는 사업을 찾거나 구상해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지역 발전도 꾀할 수 있다. 경제성 없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실종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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