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제재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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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금융제재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손’ 누구인가

by eKHonomy 2014. 7. 6.

금융사고가 빈발한 금융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제재 결정이 표류하면서 로비설이 난무하고 금융당국 간 기싸움까지 벌어지는 형국이다. 잘못을 저지른 금융기관을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하면 끝날 일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현실은 한국 금융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금감원은 최근 두 차례 심의위원회를 열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KB 임직원 100여명을 비롯해 전·현직 금융사 임직원 200여명을 일괄 제재하려 했으나 KB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제재 내용을 확정짓지 못하고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심의위는 오는 17일, 24일에도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지난 두 차례와 마찬가지로 헛바퀴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게 안팎의 예상이다.

제재에 제동을 건 곳은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임 회장에 대한 제재 근거가 된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문제 삼아 다음달 금융당국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를 요청했다. 금융위는 국민카드가 분사할 때 국민은행의 고객정보를 가져간 것을 규정 위반으로 유권해석을 내렸으며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당시 KB금융 사장이었던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상황이다. 감사원은 제재 보류 요구를 통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이라고 말하지만 감사위원회에서 결론나지 않은 사안에 대한 판단으로 제재를 막은 것은 석연치 않다. 감사원이 제동을 걸자 금융위도 “유권해석에 문제는 없지만 금감원의 제재 수위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거리를 뒀다. 금융위는 금감원으로부터 금융회사 제재권을 갖고 오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제재 대상에 포함된 금융사 CEO들은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각종 연줄을 동원, 로비를 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경제부총리 교체 과정에서 CEO 간 힘의 균형이 바뀌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정권 핵심부는 황당한 소리라고 치부하겠지만 이런 얘기가 떠도는 것 자체가 한국 금융의 참담한 현실이다.

KB금융지주의 서울 남대문로 본사로 직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일련의 상황은 관치로 얼룩져 있는 한국 금융 개혁의 당위성을 재삼 확인해준다. 도쿄지점 부실 대출, 주택기금 횡령 등 KB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의 근원이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 현장의 문제라면 제재를 둘러싼 최근의 행태는 관치금융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기득권 세력의 추한 모습에 다름 아니다. 금융사 제재는 금융당국의 고유 권한이다. 제재는 법과 규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금융사 제재 이유와 절차가 투명하고 객관적이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로비에 흔들리면 금융당국의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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