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를 ‘나와 내 가족의 이익 챙기기’에 이용한 중견·중소기업 대표 등 72명과 이들의 자녀, 30대 미만 고액 자산가 등 219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이 보유한 재산은 지난해 말 현재 9조2000억원으로 1인당 419억원에 달했다. 이 중 32명의 재산은 1000억원이 넘고, 19세 미만 미성년자 13명의 평균 재산도 44억원이나 됐다.
열심히 일을 해서 재산을 모으는 것을 누가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들은 자녀 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회사를 차린 뒤 ‘협력업체 끼워넣기’ ‘대금 부풀리기’ ‘가공채권을 통한 비용대납’ 등의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려 자신과 자녀의 재산을 늘리는 데 써왔다고 한다. 해외법인 투자를 가장해 돈을 빼돌리거나, 상표권을 대표 이름으로 등록한 뒤 매년 수억~수십억원을 사용료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유가증권 차명거래를 통한 편법증여 사례도 확인됐다. 속칭 ‘땅굴파기(세법망을 피해 자금을 빼돌리는 행위)’ 수법으로 막대한 세금을 탈루하기도 했다. 하나같이 악의적인 탈·불법 행위들이다. 이를 모르는 투자자들의 손해가 적지 않고, 해당기업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기업과 국가 경쟁력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기업은 이윤도 추구해야 하지만 지속 가능해야 한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의 책무다. 법과 윤리의 준수라는 사회적 책임 또한 막중하다. 게다가 우리 경제는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산업구조개편, 대중소기업 상생이라는 내부과제도 산적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편·탈법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건 말건 회삿돈 빼돌리기에 혈안인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니 기가 찰 일이다.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중견기업 총수 등 기업 경영인 72명의 재산은 지난해 말 7조5000억원으로 6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조사 대상 중 5세 아이의 재산도 수십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니 ‘부와 분배의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들이 탈루한 세금을 끝까지 추적, 징수하고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도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수사당국도 배임·횡령 등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벌,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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