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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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더 미룰 수 없다

by eKHonomy 2016. 8. 10.

한국의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야권의 ‘경제민주화’ 상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엊그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발의한 것보다 강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더민주는 다음달 개회하는 정기국회에서 상법 개정, 5·18특별법 개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

 

 

출처: 경향신문DB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및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 주요 내용인 상법 개정안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외이사 자격요건 강화 등을 추가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4년 전 대선 때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선 이후 박 대통령은 공약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재계가 강력하게 반발하자 “신중히 검토하고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상법 개정은 3년 가까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주식회사는 다수의 주주로 구성된 회사이다. 주주는 지분 비율에 따라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이익을 분배받는다. 하지만 후진적인 지배구조에서는 소수 지분을 보유한 총수일가가 자신의 지분보다 큰 권리를 남용해 회사를 경영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총수 있는 45개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지분은 4.1%뿐이다. 그러나 계열회사 지분을 더하면 57.3%로 늘어난다. 계열회사 이사회에 총수일가 측근을 심어놓고, 주주총회를 무력화해 소액주주의 의견개진을 봉쇄함으로써 ‘황제경영’을 할 수 있다. 소수 지분만 갖고도 계열사를 통해 사실상 절반 안팎의 지분 효과를 누리는 취약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경영진의 독단을 막자는 게 상법 개정안의 취지이다.

 

재계와 여당은 “경영권 침해”라는 모호한 명분을 들어 상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주역인 대기업을 너무 압박하면 경기침체가 깊어진다고도 겁박한다. 그러나 대기업의 고용 및 낙수효과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기업이 잘되면 총수일가의 재산만 크게 불어난다. 김종인 대표는 “의회의 본분은 거대 경제세력(재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견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권력을 쥔 재벌을 상대해야 할 20대 국회는 상법 개정안 처리를 통해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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