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과점 우려 해소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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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독과점 우려 해소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불허

by eKHonomy 2016. 7. 6.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업계 1위 SK텔레콤과 케이블TV업계 1위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한 것은 우려되는 독과점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이들이 합병하면 23개 방송 권역 중 21곳에서 1위가 돼 시장지배적 지위를 형성하고, 경쟁제한(독과점)이 심해진다고 판단했다. 알뜰폰 1·2위인 두 업체가 합병하면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반영됐다.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방송과 통신의 독과점을 막기로 한 것은 시민 편익과 공공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환영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진 7월 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의 CJ헬로비전 본사 안내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공정위는 전날 발송한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심사보고서에서 경쟁제한을 이유로 주식 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인수·합병을 기정사실화하고 밀어붙여온 대기업의 일방통행에도 경종을 울렸다. 방송·통신 합병은 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 당국 심사와 인허가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해당 기업들은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고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등 정부 통제에서 벗어난 듯한 행태를 보여왔다. 방송·통신 융합은 세계적 추세이자,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래형 서비스산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이 전제돼야 한다. 1위 업체 간 짝짓기는 시장 독과점을 심화시켜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편익을 해쳐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만약 CJ헬로비전과 이통업계 3위 업체가 합병을 꾀했다면 공정위는 다른 판단을 했을 테고, 방통 융합의 새 모델이 탄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은 손쉬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고 경쟁자를 따돌려온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방통 융합은 이번 인수·합병 불허로 끝난 게 아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만 경쟁제한 심사에 7개월이나 매달린 공정위의 업무처리는 매끄럽지 못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인수·합병 추진 당시부터 시장에는 SK텔레콤 부사장을 지낸 조신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러나 지난달 KT 사외이사 출신 현대원 수석으로 교체된 뒤에는 인수·합병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현 수석은 서강대 교수 시절 “통신시장의 자본 논리에 방송의 사회적 가치가 종속되는 것”이라며 인수·합병에 반대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한 것처럼 몇몇 정치권 실세가 정책결정을 좌지우지한다는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정책결정이 투명하지 못한 정부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정부는 이참에 정책결정 시스템을 점검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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