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업계 1위 SK텔레콤과 케이블TV업계 1위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한 것은 우려되는 독과점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이들이 합병하면 23개 방송 권역 중 21곳에서 1위가 돼 시장지배적 지위를 형성하고, 경쟁제한(독과점)이 심해진다고 판단했다. 알뜰폰 1·2위인 두 업체가 합병하면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반영됐다.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방송과 통신의 독과점을 막기로 한 것은 시민 편익과 공공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환영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진 7월 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의 CJ헬로비전 본사 안내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공정위는 전날 발송한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심사보고서에서 경쟁제한을 이유로 주식 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인수·합병을 기정사실화하고 밀어붙여온 대기업의 일방통행에도 경종을 울렸다. 방송·통신 합병은 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 당국 심사와 인허가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해당 기업들은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고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등 정부 통제에서 벗어난 듯한 행태를 보여왔다. 방송·통신 융합은 세계적 추세이자,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래형 서비스산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이 전제돼야 한다. 1위 업체 간 짝짓기는 시장 독과점을 심화시켜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편익을 해쳐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만약 CJ헬로비전과 이통업계 3위 업체가 합병을 꾀했다면 공정위는 다른 판단을 했을 테고, 방통 융합의 새 모델이 탄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은 손쉬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고 경쟁자를 따돌려온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방통 융합은 이번 인수·합병 불허로 끝난 게 아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만 경쟁제한 심사에 7개월이나 매달린 공정위의 업무처리는 매끄럽지 못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인수·합병 추진 당시부터 시장에는 SK텔레콤 부사장을 지낸 조신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러나 지난달 KT 사외이사 출신 현대원 수석으로 교체된 뒤에는 인수·합병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현 수석은 서강대 교수 시절 “통신시장의 자본 논리에 방송의 사회적 가치가 종속되는 것”이라며 인수·합병에 반대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한 것처럼 몇몇 정치권 실세가 정책결정을 좌지우지한다는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정책결정이 투명하지 못한 정부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정부는 이참에 정책결정 시스템을 점검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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