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이어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어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놓았다. 안철수 후보는 “경제민주화는 대통령이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와 재벌을 손보겠다는 큰 원칙은 같지만, 다른 점도 눈에 띈다. 출자총액을 금지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문 후보와 달리 채택하지 않았다. 반면 경제력 집중을 막겠다는 취지의 계열분리명령제를 새롭게 선보였다. 재벌의 불법행위가 제대로 고쳐지지 않으면 강제로 지분만 팔아 계열에서 분리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재벌규제인 셈이다.
안철수 후보와 경제민주화 자문교수들 (출처; 경향DB)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강도높은 공약을 내놓자 재계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재계의 창구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어제 성명을 내고 대기업 때리기 위주의 공약 발표에 우려를 표시했다. 정치권이 표 얻기에 급급해 경제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볼멘소리인 셈이다. 그러나 재계는 그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집권 초기 1, 2년은 재벌개혁을 위한 제도 개편과 각종 입법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그저 불안하게 정치권의 눈치만 볼 것인가.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무엇인지 가리고 헤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재벌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 끼친 영향은 공과(功過)가 혼재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왜곡된 지배구조 등 잘못된 부분을 고치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없다는 데 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재벌개혁 입법이 실제 시행되려면 시간이 걸리고, 소송을 통해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지난 시절,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재벌개혁 입법도 법안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각종 예외조항으로 법의 그물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갔던 만큼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재계는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수용가능한 대안은 어떤 것인지 적극 나서야 한다. 그저 소나기가 내릴 때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했다가는 큰일을 당할 수 있다. 그나마 재계에 가장 호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도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 등 재벌개혁론자들이 버티는 한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스스로 발상의 전환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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