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초기 권력 실세들의 정준양 포스코 회장 만들기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 정씨는 자신을 회장으로 만들어준 실세들에게 이권으로 보은했다. 정권에 사유화된 포스코는 비틀거렸다. 정권이 기업 인사권을 틀어쥐고 그 대가로 이권을 챙기면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권력형 비리 차원을 넘어 해당 기업을 추락시키고, 종국에는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충격적이다. 이 전 의원과 그의 보좌관 출신인 박준영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대놓고 포스코를 흔들어댔다. 박태준 명예회장, 이구택 회장,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던 윤석만 사장 등을 잇달아 만나 “차기 회장은 정준양”이라고 압박했다. 이구택 회장의 포스코 세무조사 무마 의혹도 흘렸다. 입에만 올리지 않았지 ‘너, 나가’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결국 이 회장은 그만뒀고, 정씨는 회장이 됐다. 조폭도 새 보스를 뽑을 때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조폭만도 못한 우격다짐이었다.
정씨는 회장이 되자 이 전 의원과 관련 있는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며 각별히 보은을 했다. 정권의 필요성, 정치적인 고려를 우선하면서 철강과 관련 없는 기업들도 무차별로 사들여 3년 만에 계열사를 배로 늘렸다.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 동양종합건설 특혜 제공 등 부조리가 뒤따랐다. 이러니 포스코가 망가지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부적절한 유착이 비리로 이어지고 대외환경도 악화되면서 포스코의 경쟁력은 급격히 추락했다. 새 경영진이 계열사를 줄이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원상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만도 6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기업이다. 기업을 부실화시킨 권력형 개입은 철저히 수사해 내막을 소상히 밝히고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다. 그래야 권력을 지렛대로 이권을 탐하는 부스러기들도 없어진다. 근본적 해결책이 낙하산 근절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현 정권도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까지 낙하산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지난해 낙하산 지주회장과 낙하한 은행장의 세력 다툼으로 얼룩진 KB금융 사례는 기억에 생생하다. 낙하산 인사→정권에 대한 보은→줄서기·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몰락의 연결고리는 포스코에만 있지 않다.
'온라인 경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금수저·흙수저는 현실, 한국은 신계급사회로 가고 있다 (0) | 2015.11.17 |
---|---|
[사설] 기축통화 지위 확보하는 위안화와 세계 금융질서의 변화 (0) | 2015.11.16 |
[기고] TPP 가입 신중해야 하는 이유 (0) | 2015.11.08 |
[사설] 또 드러난 신세계 차명주식 830억원, 정용진이 말해보라 (0) | 2015.11.08 |
[사설]비정규직 40% 넘는 한·일, 상반되는 양국 정부의 접근법 (0) | 2015.11.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