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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의 경제학 얼마 전 ‘재야’의 경제학자 정태인 박사(1960~2022)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음이 전해지자 시중과 언론에서는 근래 보기 드문 추모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에게는 진보 경제학자, 진보 경제정책가, 독립연구자, 경제평론가 등의 칭호가 따랐다. 필자는 그를 ‘재야’의 경제학에 헌신한 이로 부르고 싶다. ‘재야’는 영어로는 번역되지 않는 한국만의 독특한 개념이다. 재야는 제도권 밖이라는 정치공간, 지식인들이 중심이 된 변혁지향적인 운동, 정치적·경제적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도덕성 등을 특징적 요소로 포함하고 있다. 재야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정권의 억압으로 제도권 밖으로 밀려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형성된 측면이 있다. 또한 권력 획득에만 연연하기보다는 국가권력 자체를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려는 능.. 2022. 11. 2.
이상한 비상경제민생회의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생중계하겠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몇몇 발언과 안건 내용을 공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정부의 대책회의를 국민에게 생중계하겠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신선했다. 자금 경색과 환율 불안 등으로 시중에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우려까지 소환되는 상황이지 않은가. 불필요한 우려를 일부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고 안심시킬 직관적인 카드가 없는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증이 더 컸다. 어두운 지표들과 불확실한 전망으로 80분을 보내고 나면, 정부에 대한 신뢰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당장 자금시장 경색과 어두운 수출 전망, 본격화될 경기 후퇴에 대한 진단과 대책을 듣고 나면.. 2022. 11. 1.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치킨 500개를 까야 한다. 난 죽었다.” 이틀 후에 남자친구와 부산에 놀러가기로 되어 있던 어느 20대 여성이 너무 힘들다고 남긴 메시지를 읽고 나서 나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올해 돌아가신 아버님에게는 죄송한 얘기지만, 아버님의 장례식장에서도 나는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 상주로서 행정적 일들을 처리하는 데 정신이 없어서, 감정이 생길 겨를이 없었다. 그렇지만 빵을 만들다가 사망한 어느 여성의 얘기는 경제학자로 살아온 나의 감정선에 ‘훅’ 들어왔다. 이게 뭐란 말인가? 그 사망 현장에서 다음날도 빵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놀랐고, 빵 만들다가 죽은 노동자에게 빵을 가져다준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무신경함에도 놀랐다. ‘어이 상실’이 아니라 ‘예의 상실’이다. 나는 우리 집 초등학교 두 어린이에게 어떤.. 2022. 10. 31.
우린 기업총수·정치인을 선택 못한다 지난주 세 가지 큰 기업 이슈가 있었다. 카카오 블랙아웃, SPC 계열사 노동자 사망사고와 레고랜드 사태다. 사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 첫째, 재난관리, 안전관리 및 플랫폼 독과점 규율부터 정비에 들어가는 것이 우선이다. 제발 자율적으로 풀게 하자라는 고장 난 레코드 또 돌리지 말자. 채이배 전 국회의원의 인터뷰로 우리는 2년 전 카카오, 네이버 등 IT 기업의 재난관리를 강화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IT기업협회와 유력 로펌의 로비로 좌초되었음을 알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플랫폼 독과점을 언급하자마자 일부 재계, 언론, 학자들이 시장에 맡기면 된다며 플랫폼 규제강화 반대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지금 텔레그램, 라인 등에, 또 새로운 .. 2022. 10. 26.
금융위기의 새로운 역학 물가 고공행진에 맞선 글로벌 차원의 공세적 통화긴축 행보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충격의 향배조차 아직 시장 반응이나 정책 행보에 온전히 소화되지는 못한 모습이다.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아니 20세기 초 국제질서의 붕괴와 같은 아마겟돈의 그림자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낸 ‘국제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인플레이션 환경 헤쳐가기’를 주제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 고강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로 인한 금융 안정상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IMF는 시장유동성의 위축에 주목한다. ‘시장유동성’은 주로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에 의존하는 ‘화폐유동성’과 달리 금융시장에서 자산 매매의 용이성을 의미한다... 2022. 10. 20.
통화정책 기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지난주 공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는 한국경제의 2023년 ‘GDP갭률’(실질국내총생산이 장기 추세로부터 괴리된 정도)이 하향 조정되었다. 4월 전망에서도 추세를 밑도는 경기침체가 예견되었다. 그런데 10월 전망에서는 내년에 침체가 더 심해진다고 내다봤다. 미국에 대해서는 4월만 해도 내년에 호황이 이어진다고 예측했지만 10월에는 아예 침체로 전망이 바뀌었다. 돌이켜보면 미국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 때는 대개 약 6개월 앞서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다. 연준의 바람과 달리 이번에도 미국경제는 침체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물가급등이 주로 공급망 교란 등 거시경제 공급 측면과 연결된 요인에서 유래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면에 금.. 2022. 10. 19.
[에디터의 창] 추경호 경제팀, 환율 안정에 직을 걸라 ‘지금 경제전망을 하는 사람은 바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상황이 예측불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보다 정도가 심각해 보인다. 환율과 주가는 극심한 널뛰기 장세가 이어지고 투자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상당 기간 대외경제 여건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추경호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은 신발끈을 바짝 동여매야 할 때다. 경제팀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원·달러 환율 폭등을 막으면서 원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외생변수 영향이 크고 위기 때마다 늘 환율이 문제였다. 한국인들의 삶에 심각한 상처를 남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환율은 1년 만에 900원 수준에서 2000원 가까이로 치솟았다. 외환시장의 위기경.. 2022. 10. 14.
독일과 중국의 위기, 세계경제의 위기 미국의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의 파장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급기야 아시아 지역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5일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의 하락 현상을 우려하면서 한국의 원화, 필리핀 페소화, 태국의 바트화 등이 위기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구조는 필리핀이나 태국과는 다르다. 외환보유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도 아직 뚜렷하게 적자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무역수지가 4월 이후 계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불안한 대목이긴 하다. 그렇지만 위기가 1997년처럼 동남아에서 시작하여 한국으로 번질 가능성은 아직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심각한 것은, 주요 제조업 국가들의 위기가 세계경제 위기로 번지는 상황이다. 유럽은 이미 위기 속에.. 2022. 10. 5.
대학 급식에 대하여 어렴풋한 1980년대 기억으로 처음 대학에 갔을 때 국밥이 450원 정도였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달 되지 않아서 500원으로 올랐다. 그것도 부담스러웠다. 당시 자판기 커피값이 100원이었는데, 두 끼 먹으면 커피값 한 잔만큼 더 내야 했었다. 우연히 갔던 고려대학교 학교식당의 장국밥은 400원이라서 뭔가 열심히 계산을 했던 기억이 있다. 1990년대에는 파리에서 학생 식당에서 두 끼를 먹었는데, 대략 500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10장씩 학생증을 보여주고 샀었다. 그 비용에는 국가 보조가 있었다. 점심, 저녁 두 끼씩 먹으니까 나중에는 너무 지겨워졌지만, 그 돈으로 다른 데서 먹으려면 빅맥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런던의 대학 식당에도 몇 번 갔었는데, 확실히 양은 프랑스보다 많기는 했지만, .. 2022.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