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어린이집들이 지난 27일부터 1주일간 파업(휴원)을 예고하면서 어린이집 대란이 우려됐다. 다행히 29일 일제 파업 계획이 철회돼 부모들을 안도케 했다. 이번 어린이집 파업 사태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가 27일 새 집행부를 선출하는 선거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이라 한다. 기존 집행부인 박천영 위원장이 파업카드를 이용해 정부와 맞서는 강성 이미지로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한 것이고, 실제로 재선에 성공한 직후 파업을 철회했다.
위원회는 이번 파업의 이유로 보육교사 처우 개선, 보육료 지원금 인상, 과도한 규제 완화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어린이집 원장들은 그동안 보육교사 월급 담합을 하는 등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 소극적이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민간분과위가 파업에 나서면서 요구했던 보육교사 임금 현실화 및 초과근무수당 지급 등에 대해서 재정당국과 조율이 필요한 만큼 협의체에서 바로 다루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보육교사 처우 개선 요구는 교사들에게 생색내기 위한 명분에 그친 것이다.
어린이집 원장들이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특별활동비 징수·사용 내용 공개를 의무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린이집은 정부에서 주는 20만원 외에도 특별활동비로 영어, 체육, 미술, 음악 등 프로그램 운영비 수십만원을 별도로 받고 있다.
서울 성동구 구립어린이집 어린이들이 돼지저금통에 모은 동전을 개봉하고 있다. l 출처 : 경향DB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의 요구를 수용하면 제대로 된 보육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동안 민간 어린이집은 불신의 대상이었다. 원아 수를 부풀려 정부보조금을 부정 수령하는 원장들이 적지 않았고, 원아 1명당 1000만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매매하는 경우조차 있었다. 어린이들에게 곰팡이 밥,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고, 자격증이 없는 국내외 보육교사를 채용해 운영하거나, 원생들에게 간식을 제대로 주지 않고 보조금을 편취하는 등 온갖 부패가 만연해 있다. 민간 어린이집 운영을 원장의 자의에 맡겨둔 채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늘리면 어린이집의 자산가치만 올려줄 뿐이다.
보육서비스의 질을 보장하려면 국공립 어린이집의 수를 늘려야 한다. 전국 어린이집은 1월 말 현재 4만6개인데 그중 국공립은 2124개, 5.3%에 불과하고, 민간 어린이집은 1만5057개, 기타 가정어린이집이 2만여개에 달한다. 외국의 경우 국공립 보육시설 비중은 일본 58.5%, 독일 40%, 스웨덴 75%에 이른다. 단계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끌어올리는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 내 교실이 남는 초·중등학교, 직장, 공공기관, 시청, 구청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교육청,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민간 어린이집을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할 수 있다. 보육료 지급을 위해 아이사랑카드를 운영하면서 소요되는 카드 이용 수수료만 해도 연간 수백억원에 달할 터이니 이를 절약하면 해마다 수십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수를 늘려나가는 중에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보육시설 평가인증 기준을 좀 더 높이고, 어린이집에도 초·중등학교 운영위원회와 같은 법적 기구를 설치해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어린이집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보육교사 처우와 직결된 보육료 현실화 문제는 어린이집들의 오래된 요구 사항이었다. 보육교사 일자리는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의 유력한 출구이지만 비정규직 평균임금과 노동조건에도 못 미치는 ‘나쁜 일자리’였을 뿐이다. 교사들의 잦은 이직으로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2년간 동결시킨 보육료를 재차 동결함으로써 이번 파업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 보육교사 처우를 공무원 수준으로 개선하고, 2교대제가 가능하도록 교사를 2배 이상 충원해야 한다. 다만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만큼 민간 어린이집의 사적 매매를 금지해 프리미엄 발생을 예방하는 등 보육시설의 공공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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