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조선대 교수·컴퓨터공학부
2010년도 우리나라 IT산업 수출 실적은 처음으로 1500억달러를 돌파하고 수출 주력 산업으로서 총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금년에도 IT산업 수출은 IT제품 경쟁력 및 인지도 상승,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의 요인으로 5~1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IT분야의 수출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소프트웨어(SW)를 외면한 채, 지나치게 하드웨어(HW)에 의존하고 있어 IT산업의 균형성장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IT분야 수출 하드웨어에 의존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SW산업의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은 2005년 10%, 2006년 10.7%였으나, 2007년 7%, 2008년 5.6%, 2009년은 3%로 계속 떨어졌다. 이같이 SW산업 성장률이 추락한 까닭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부족과 패키지 SW 수출의 60%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되는 등 일부 지역에 편중된 수출 구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IT시장 규모는 3조4000억달러로 정보통신서비스 분야 1조5700억달러, SW 분야 1조300만달러, 그리고 HW 분야는 7700억달러로 엄청나다.
지난 2월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SW 육성책에 따르면 SW산업 지원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54.9% 증가한 2142억원을 책정하고 SW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타깃형 명품 SW 개발 및 SW 품질 역량 확충에 1600억원을 투입해 월드베스트 SW 개발, SW 원천기술 개발, 그리고 SW 품질 역량강화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SW 관련 정예 인력을 육성하는 ‘SW 마에스트로 프로그램’과 연구 중심 교과과정인 ‘IT 명품인재 프로그램’ 등에 232억원을 투자하는 인력양성 사업도 포함됐다. 그 밖에 SW 제값주기를 위한 수·발주 제도개선, SW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등 ‘건전한 SW 생태계 조성 사업’, ‘해외시장 진출 확대 및 국제협력 강화사업’도 추진한다.
그러나 IT강국임을 자처하는 그 속내를 자세히 보면 말 그대로 ‘속빈 강정’이다. 40%가 넘는 SW 불법복제율과 SW에 제값을 쳐주지 않는 관행, 형편없는 국산 SW 유지보수 요율, 토종 SW기업의 도덕적 해이, 영세한 SW기업 규모, 그리고 중소기업체의 해외진출 장벽 등이 SW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IT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정보통신부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됨으로써 정부 부처간 갈등과 중복투자, 정책의 일관성 결여 등의 문제점도 심각한 수준이다.
또 40%가 넘는 SW 불법복제율을 선진국 수준인 20% 이하로 낮추는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우리도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와 같은 걸출한 SW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다. 그리고 개발업체들에 SW의 값을 제대로 쳐줘야 재투자를 통해 새로운 SW를 계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SW 개발 단가는 정부가 제시한 가격의 75%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제값을 받지 못한 SW, 즉 최저가 입찰과 발주는 IT의 핵심 분야인 SW 품질저하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IT산업을 붕괴시키고 중장기적으로 국가에 큰 손실을 가져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유지보수요율 법적 현실화 시급
국산 SW 유지보수 요율 역시 외국 소프트웨어업체들은 평균 20% 이상을 책정하고 있다. 물론 지식경제부에서는 10~15%로 유지보수 요율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여전히 6~8%대로 외산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유지보수 요율의 법적·제도적 현실화가 시급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IT산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복원과 함께 산업적 부가가치가 높고, 우수한 두뇌 자원이 풍부한 SW산업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알맞은 산업으로서 자동차, 반도체 등과 같이 21세기 국가적인 먹을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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