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의|관동대 교수·경영학
정부는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 아래 금산분리의 완화를 추진해 왔다. 금융과 산업자본을 분리하자는 본래의 정책을 나쁘다하며 완화를 강행한 것이다. 완화시 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가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금융감독기관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일축해 왔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대부분은 대주주가 무분별한 투자는 물론이고 서민의 예금을 마치 제 돈인 양 마구 써대고 있다. 아마도 지금 영업 중인 저축은행도 부실 문제를 캐면 캘수록 복마전일 것이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을 보라. 예금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편법으로 법인카드를 받아 눈먼 돈처럼 흥청망청 썼다. 특혜와 불법대출, 부정이 판쳤지만 금감원과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정부는 저축은행 문제를 터트려 바로잡기보다는 그 문제를 꼬투리삼아 여러 간섭과 개입을 해왔다. 그 중 인사개입이 가장 컸다. 그러다 보니 정부와 저축은행은 한 몸이 되다시피 하여 갖은 부정을 저질러 왔다. 결국 정부가 은행을 부추기고 비호하여 피라미드 사기금융으로 만든 뒤 힘없는 서민의 돈을 빼앗아간 거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금산분리 완화로 대기업이 제2금융권은 물론이고 일반 시중은행까지 장악한다면, 이번에 터진 저축은행들의 만행을 벤치마킹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그래서 대주주의 은행 사금고화를 극구 반대하는 것이다.
일개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금감원과 정부를 농락하는데 대기업이 은행 주인의 일원으로 들어오게 되면 국가가 통째로 대기업의 수하로 놓이게 된다. 정경유착의 수준이 아닌, 대기업 간부가 장관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은행이나 대기업으로 복귀하는 회전문 구조가 될 게 뻔하다. 은행과 정부가 재벌의 수족이 되는 순간부터 재앙은 시작될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 DB)
개인이 투자를 잘못하여 돈을 날리게 되면 개인의 손실로 끝날 일이다. 그러나 은행이 마구 투자해 망해버리면 손해 보는 것은 돈을 맡긴 예금자뿐이다.
우리가 살 길은 금산분리 강화다. 특히 도덕성이 낮은 정부 아래서의 금산분리 완화는 국가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서민 경제가 있고 그 다음에 대기업이 있는 것이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재벌이 제 맘대로 판단해 선물투자에 얼마를 날리든 내 돈만 멀쩡하면 상관할 일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공금을 가지고 농락한 경우다. 회사의 공금도 문제가 되는 마당에 더 신중히 관리해야 할 공금인 은행의 예탁금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직도 분식회계가 기업문화의 일부처럼 여겨지는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적발하고 관리감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감독기관이 일상적인 업무과정에서 그 잘못을 일일이 지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산업자본이 금융을 삼키는 일은 막아야 한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잘 마무리지어야 한다. 예전처럼 경제사범이라는 미명 아래 솜방망이로 처리되고 책임과 피해는 서민이 몽땅 짊어지는 부조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잔챙이보다는 큰 도둑을 잡아내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금산분리 완화 재앙의 전주곡이 될 것이고 더 큰 폭발음으로 우리 사회를 혼란과 위기로 몰아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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