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름값 길들이기와 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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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시론] 기름값 길들이기와 내리기

by eKHonomy 2011. 7. 22.
윤원철 한양대 교수 경제금융학부 wcyun@hanyang.ac.kr


사실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국내 물가가 덩달아 뛰는 상황이 이번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국내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가 빠르게 오르다 보니 서민들의 고충이 훨씬 심해지고 있다. 거의 모든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이 국내 기름값이다.

올해 초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말 한마디에 민관 합동 석유가격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졌다. 소비자들은 태스크포스 결과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정유사의 100원 인하 조치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인하폭이 100원에 못 미치고, 주유소가 사재기하면서 마진이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사실 관계야 어떻든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정부의 암묵적 압력이든 정유사의 자발적 성의표시든 이번 100원 인하 조치는 소비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친화적이지 못한 가격 조정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유사 주장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지 않다면 가격 인하 압박 속에서 정유사는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해외로부터 수입이 된다고 하더라도 물류비용을 감안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지금보다 비싸게 기름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인위적인 가격통제로 말미암아 우유값과 사료값을 폭등시킨 로베스피에르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소비자의 바람대로 기름값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복잡한 경제이론을 동원할 필요 없이 물건 값을 낮추는 근본적인 방법은 경쟁을 촉진하는 일이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장이 있어야 하고 보다 많은 시장참여자가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 현재와 같이 정유사와 주유소간 일대일 거래방식에서는 주유소가 약자이고 가격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석유거래시장이 개설되면 정유사와 석유제품 수입사 등이 공급자로 참여하고 대리점, 주유소, 공동구매단체 등이 수요자로 참여하여 치열하게 가격을 협상하게 된다. 주유소는 지금보다 가격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는 현재보다 투명한 가격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장참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자가폴 주유소를 육성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형마트 주유소, 농협폴 주유소와 같이 독립폴을 신설함으로써 자가폴 주유소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 여기에다 현재 완전히 침체 상태에 있는 석유수입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국내 수급 구조상 새로운 정유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석유수입업은 상대적으로 훨씬 쉽게 확대할 수 있다. 시장이 개설되고 시장참여자가 많아지면 가격은 자연히 내려갈 수밖에 없다.

석유거래시장이 개설되고 시장참여자가 많아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 소비자가격의 인하폭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휘발유와 경유의 경우 소비자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 문제는 정부의 세수 감소와 소비절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기름값 문제는 ‘서민물가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논란이 되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고통을 감내해 왔다. 정유사도 정부 대책에 맞춰 나름대로 성의표시를 하였다. 이제 정부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에 대해 명확히 의사를 밝혀야 할 시점이다. 

학교에서도 보면 부산을 떨면서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학생보다는 조용하면서 꾸준히 공부하는 학생이 성적도 좋게 나온다. 대통령의 말대로 물가가 오를 때마다 기업을 무작정 압박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꾸준히 경쟁 여건을 만들어 가는 우리 정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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