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 대통령의 삼성 방문을 바라보는 엇갈리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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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문 대통령의 삼성 방문을 바라보는 엇갈리는 시선

by eKHonomy 2019. 5. 2.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정부가 삼성의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계획을 내놓았다. 사실 한국의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와 달리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발전의 취약 부문인 수요발굴과 함께 금융 및 세제, 기술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반도체를 ‘20년간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극자외선동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선포식에서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앞으로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반도체는 글로벌 빅2인 미국과 중국이 눈독을 들이는 산업이다. 중국은 미래 10대 주력산업에 반도체를 포함시켜 시장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이루겠다면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퍼붓고 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자국의 반도체산업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공격도 표면상으로는 정보유출이지만, 이면에는 반도체 분야에서의 대중국 견제다. 반도체산업은 한국 경제의 2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좋든 싫든 반도체산업은 현재의 먹거리이며, 미래의 성장동력이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의 한 분야인 팹리스 부문 세계 5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이 1곳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반도체산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소매를 걷고 나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 동시 감소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LG, SK하이닉스, 현대차의 사업장을 방문해 재벌 총수를 만났다. 삼성과의 만남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월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한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대통령의 경제행보는 환영하지만,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공여에 대한 대법원 최종심이 남아있는 시점에 양자의 만남이 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두 사건 모두 이 부회장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다. 결국 사법부와 검찰이 엄정한 수사와 공정한 판결로 의구심을 해소하는 길밖에 없다. 대통령이 재벌을 만난 것이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고, 미쳐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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