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경기 부양, 재정정책이 중심돼야
본문 바로가기
온라인 경제칼럼

[정동칼럼]경기 부양, 재정정책이 중심돼야

by eKHonomy 2019. 5. 2.

2년 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노무현 정부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일이 여럿 발생했다. 북한이 북핵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햇볕정책을 기조로 하는 신참 정부의 외교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 놓는가 하면, 저금리 뒤끝에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민 중심 경제를 표방하는 정부를 당혹하게 했다. 그래도 거시경제의 흐름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 쪽이 운이 좋았다. 신용카드 대란 탓에 노무현 정부의 첫해 경제성장률은 당시 기준으로는 참혹한 2.8%를 기록한 반면, 문재인 정부는 예기치 못한 선진국 경기의 동반 상승에 힘입어 3.1%의 원년 성장률을 달성했다.


행운은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작년부터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여러 고용통계가 악화되었다. 소득불평등 지수도 노무현 정부 때처럼 악화되기 시작했다. 동이 틀 때 닭이 운다고 닭이 울어서 동이 트는 것은 아니건만 정부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이 모든 불행을 소득주도성장 탓으로 돌린다. 중립적인 경제학자들도 정부의 경제정책에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최저임금 상승 탓은 아니지만 최소한 고용에는 악영향을 미쳤고 아직 정부가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한 것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이 전분기에 비하여 0.3% 감소했다. 한국은행장의 표현대로 엄중한 경제상황이다. 마이너스 성장률이 상당부분 정부지출의 감소 때문에 발생한 것은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산 집행이 가속화되고 추경이 시작되면 반전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빠른 증가로 지난해 성장률을 2% 후반에 묶어두는 데 큰 공헌을 했던 수출이 2.6% 감소했고, 작년부터 감소하던 설비투자가 무려 10.8%나 줄었다. 수출과 설비투자의 감소가 일시적 현상일까?


수출 감소는 선진국의 호황이 작년 후반기를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고, 한국 제조업을 떠받쳤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반도체 가격이야 늘 출렁이지만 한풀 꺾이기 시작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긴 불황과의 전쟁으로 선진국들의 금리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완전 바닥에 도달해 있는 데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선진국들이 화끈한 경기부양에 필요한 화력을 상실했다. 중국도 고도성장 후유증에 과잉부채가 겹쳐 강력한 부양을 전개할 여력이 없다. 또한 미·중 무역갈등이 성공적으로 봉합될지 아직은 미지수인 데다 트럼프가 유럽과 동아시아를 상대로 자동차 관세 전쟁을 시작할 조짐도 보인다. 수출의 빠른 회복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설비투자의 지속적 감소는 더욱 염려스럽다. 반도체 사이클이 반전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면 회복될 것 같기도 하지만 설비투자를 이끄는 대기업들의 전통 산업에서의 경쟁력 상실과 혁신 산업 진출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서 생긴 구조적 현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뾰족한 대책이 없다.


1분기 상황이 반전하는 기미가 신속하게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성장정책과는 별개로 우선 경기부양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보수는 늘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은 강하게 거부하는 반면 확대 통화정책에는 무한히 호의적이다. 그리고 재정 확대는 한국에 그리스 사태를 불러올 것임을 경고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러나 금리 인하와 통화 팽창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반드시 민간 부채의 증가를 수반해야 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다. 현재 한국의 민간 부채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스도 있지만 저금리로 곤욕을 치른 일본,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스페인, 미국도 있다. 금리는 조심스러운 인하 기조로 가되 풀린 돈이 부채 취약 가계와 기업에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정책금융과 규제가 필요하다. 그나마 미국의 금리정책이 유턴을 하여 금리 인하의 공간이 생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양정책의 중심은 재정정책에 있어야 한다. 정부부채는 매우 양호한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정정책은 최대한 미래와 혁신 지향적이어야 할 것이다. 보건과 교육 산업에서 선진 노령화사회가 요구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규제완화 효과를 극대화하는 신산업 인프라 구축에 재정이 집중되어야 한다. 또한 경기 하강의 중심에 설비투자 부진이 있는 만큼 혁신 지향적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신산업 및 구조조정 펀드를 확대하는 일도 필요하다. 정부가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아서 갑작스러운 지출 증가가 단기성 일자리 증가와 예산 낭비를 초래할까 우려된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국가균형발전을 명목으로 필요 없는 토목공사를 남발할까 매우 염려스럽다. 정부의 현명한 대응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