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신화’ 부활시키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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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제윤경의 안티재테크

‘투기 신화’ 부활시키려는 정부

by eKHonomy 2012. 5. 13.

제윤경 에듀머니 이사


정부가 지난 10일 지난해에 이어 네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의 핵심은 규제 완화이다. 투기 욕구를 차단하기 위한 각종 대책인 투기지역 지정과 전매제한 등의 규제를 완화했다. 대책이 발표되자 언론을 중심으로 보수적 입장과 진보적 입장 간의 반응 차가 뚜렷하다. 


물론 양측의 공통점은 대책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업계 입장과 주택 수요자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우선 보수적인 언론에서는 이번 대책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빠진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투기 거래까지 부추겨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에는 만족하나 수요를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는 견해다. 그에 반해 중도 혹은 진보적 언론에서는 “빚내서 집사라는 것인가”라고 강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미 가계부채가 심각한 가운데 투기지역 해제는 DTI 규제의 자연적인 완화로 이어진다.


 부동산 업계가 바라는 수준의 완화는 아니지만 투기지역의 6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추가로 일으킬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자연스럽게 ‘강남 입성’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빚을 더 일으켜서라도 부동산 거래에 나서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시민들이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출처: 경향DB)


물론 대체적으로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정부의 대책이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강남의 부동산 중개업소조차 ‘당장 아파트 상승 기대도 없는 마당에 투기지역이 해제되었다고 무리한 빚을 내서 투자할 사람은 없어보인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실효성도 없을 대책에 대해 한쪽에서는 그나마 위안을 얻는 분위기, 다른 한쪽은 정부의 속셈에 대한 비판 등이 이어지는 것은 그 자체가 집을 둘러싼 우리 사회 전체의 대립으로 확대해볼 수 있다. 가계 빚이 늘어나든 말든 당장 빚을 일으키더라도 집을 사라는 수요 자극책을 원하는 입장은 집을 팔아야 하는 매도자와 부동산 업계의 입장이다. 


반대로 집이 없는 서민들은 집값이 조금이라도 하향 안정되길 바란다. 지금 수준에서 약간의 조정이 있다고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집값 하락이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희망도 내포돼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의 거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전과 달리 매도자와 부동산 업계의 입장이 예민해지고 있다.


이렇게 집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질 때 정부의 정책은 어떠해야 할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책이 있을 수 없다는 전제하에 가급적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이왕이면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배려한 정책을 내놓는 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지금 당장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에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이왕의 집값 하락 안정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심각한 가계부채에 대한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이미 지난해 부동산 거래 활성화라는 같은 명분으로 1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남 3구를 투기 과열지구에서 해제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러한 대책에도 강남 3구의 주택 거래량은 2011년 1분기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결국 실효성도 없는 대책으로 그저 일방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세제정책이든 금융정책이든 얼마든지 손볼 수 있다는, 부자들을 향한 충성스러운 시그널만 남았다. 그동안은 재테크 신화로 인해 주택 경기 활성화 정책이 마치 무주택자에게도 내집 마련과 자산 증식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받아들인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재테크 기대감에 의문을 품고 있는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다. 빚을 지렛대 삼아 자산을 증식하라는 재테크 신화는 가계 부채 900조원이 넘어가는 지금 눈앞에서 허물어져 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거래 활성화에만 목매는 정부의 집요한 부동산 대책은 투기 신화, 재테크 신화를 다시 일으키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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