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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404

새 시대의 서막 역사가들은 종종 ‘시대구분’은 필요악이라고 얘기한다. 세상과 사물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좀 더 명료하게 하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우리가 익숙하던 경제나 비즈니스 환경의 기본 틀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다시금 시대구분을 통해 우리가 지나온 과거의 궤적과 현재의 위치를 진단하여 불확실한 미래를 대면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이번 복합위기는 이른바 경기 사이클에 기반한 여느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실 우리 경제 사상 최악의 악몽으로 기억되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는 주로 금융시장의 패닉과 결부된 수요 붕괴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오히려 물리적 차원의 공급 위기에서 비롯된 성격이 강하다. 그런 만큼 위기가 끝나면 다시 회복을 기약할 수 있는 순환적 위기보다는 구조적, 추세적 위기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2022. 12. 15.
통화긴축 시대의 새로운 정책조합 10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안도감을 낳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고물가 지속으로 금리 고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입장이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국내 통화정책 운용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내외 금리차 확대로 인한 자본 유출 우려 탓에 미국과의 동조적 금리 인상이 요구되지만, 동시에 부동산이나 자금시장 경색 등과 맞물린 국내 금융불안을 고려하면 운신의 폭이 제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코로나 위기 초입에도 급격한 자본 유출입으로 인한 취약성 현실화 우려가 현안으로 제기된 바 있다. 여기서 얻은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은 국제적으로 자본 유출입의 변동.. 2022. 11. 17.
금융위기의 새로운 역학 물가 고공행진에 맞선 글로벌 차원의 공세적 통화긴축 행보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충격의 향배조차 아직 시장 반응이나 정책 행보에 온전히 소화되지는 못한 모습이다.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아니 20세기 초 국제질서의 붕괴와 같은 아마겟돈의 그림자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낸 ‘국제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인플레이션 환경 헤쳐가기’를 주제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 고강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로 인한 금융 안정상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IMF는 시장유동성의 위축에 주목한다. ‘시장유동성’은 주로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에 의존하는 ‘화폐유동성’과 달리 금융시장에서 자산 매매의 용이성을 의미한다... 2022. 10. 20.
‘지경학 시대’의 위험과 기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바이오 등 핵심 전략품목에 대한 자국 내 생산 규제에다 외국인투자와 해외투자에 대해서도 안보 위험을 들어 기술 규제에 나선 것이다. 물론 주 타깃은 중국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내 정치용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패권주의 야심을 지닌 권위주의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동맹을 규합하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식의 패권적 산업정책을 답습하는 건 아닌지 우려도 크다. 이처럼 자국 또는 자기 동맹의 정치적, 외교적, 안보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는 현상에 주목하는 게 이른바 ‘지경학(geo-economics)’이다. 사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패권전쟁이 격화되면서 ‘지정학의 귀환’.. 2022. 9. 22.
복합위기 시대와 회복탄력사회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난 등 온갖 불확실성이 중첩되면서 이른바 복합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본래 위기가 끔찍한 것은 그 충격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곤 하는 탓이다. 지금도 코로나19에 맞선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공급 차질이 맞물리면서 고강도 인플레이션이 빚어지고 있고, 또 이에 맞선 공세적 금리 인상, 게다가 그 여파로 경기침체 위험이 뒤를 잇는 상황이다. 아울러 코로나19라는 자연재해 충격은 더욱 본질적인 기후변화의 위험을 절감케 하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각국 간 갈등은 이미 그 이전부터 들끓던 국제적 긴장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세계적 경.. 2022. 8. 25.
금융규제 혁신의 방향 지난 19일 금융규제 혁신회의가 출범했다. 빅블러(Big Blur) 현상으로 인한 금융산업 구조와 기술 변화에 대응하고, 금융산업이 독자적인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고 한다. 신임 금융위원장이 내정자 시절부터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가 있기에 기대가 크다. 산업 간 융·복합화의 진전과 함께 전통적인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현상은 금융산업에서도 보편적인 흐름이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편결제를 필두로 기술 기반 신규 사업자들이 출현하고, 플랫폼 기반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도 확대되어 왔다. 물론 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규제샌드박스 도입 등 디지털금융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들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 2022. 7. 28.
환율 1300원대의 또 다른 기억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발 통화 긴축 가속까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 충격이 가시면서 2021년 초 달러당 1080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불과 1년 반 만에 1300원을 돌파한 것이다. 2020년 초 코로나의 영향으로 1296원까지 치솟은 적은 있지만, 1300원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도세가 강화되고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지속되면서 국내 달러 수급이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본원적인 외자 공급 경로인 무역수지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지난 1~5월 무역수지가 누적 기준 78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한동안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2022. 6. 30.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의 교훈 한국은행이 2개월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대폭 상향했다. 지난 2월에 이미 1.1%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번에도 1.4%포인트나 상향한 것이다.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 4.5%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7% 이후 최고치다. 내년에는 2.9%로 안정되겠지만, 내년 초까지는 4%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경제성장률 전망도 올해와 내년 2.7%, 2.5%로 각각 0.3%포인트, 0.1%포인트 하향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에 따른 영향이 맞물린 결과다. 이런 가운데 국내도 성장정체(stagnation)와 물가급등(inflation)의 조합, 즉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2022. 6. 2.
CBDC와 책임 있는 금융혁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9일 디지털자산의 ‘책임 있는’ 발전 보장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디지털자산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형태로 발행되거나 표시되는, 지급 결제 혹은 투자에 이용되거나 자금 등을 이전하고 교환하는 데 사용되는 일체의 금융자산과 수단, 청구권을 의미한다. 예컨대 가상통화,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행정명령은 디지털자산 및 CBDC에 대한 미국의 핵심 정책 목표와 함께 범정부 차원에서 각 부처들이 수행해야 하는 방대한 검토 과제와 일정을 적시하고 있다. 6대 핵심 정책 목표 중에서 두 가지가 주목할 만하다. 우선 미국과 글로벌 금융 안정을 보호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표이다. 다수의 디지털자산.. 2022.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