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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263

산업사회의 민주주의 연초부터 정부는 우리나라 사회 경제 체제의 바탕이 되는 여러 제도의 굵직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전부터 추진되어 온 각종 규제 완화와 ‘비정상의 정상화’ 정책들에 더하여 고용 관계의 틀을 크게 바꾸어 놓을 노동 입법이 추진되고 있으며, 비록 강력한 저항에 부닥쳐 미래를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세금 공제에 대한 큰 변화가 있었으며 다른 여러 세율의 인상도 공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 불만과 비판의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 보아서는 일사천리로 막힘없이 진행될 듯하다. 막상 이러한 흐름에 개입하여 실질적으로 개악을 막아내야 할 정당들은 간략한 논평 이상으로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를 저지할 수 있을 만큼의 실질적인 역량이 사회운동 세력이나 시민사회에 있는 것 같지도 않다... 2015. 1. 28.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 20년 1995년 1월,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국 경제가 신자유주의로 전환되기 시작한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는 여러 의견이 있겠으나, 신자유주의를 새로운 ‘국시(國是)’로 내걸고 하나의 국가 개조 계획으로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때로 보는 것이 옳다. 이제 20년이 되었다. 향후 20년도 우리는 이를 계속 국시로 삼아 똑같은 길을 갈 것인가. 2015년의 우리들의 절박한 질문이다. 골자를 추리자면 믿을 수 없이 거칠고 단순한 논리이다. 경제를 살리는 열쇠는 오로지 기업만이 쥐고 있으며, 기업 활동의 성쇠는 다시 투자자들에게 있으며, 그들의 투자 여부는 미래 수익에 대한 그들의 예측 평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기업과 투자자의 의욕을 살리기 위해 경제뿐만 아니라 온 국가와 사.. 2014. 12. 31.
결핍의 시대, 생태를 생각한다 1958년 경제학자 갈브레이드는 라는 저서를 발간한다. 냉전이 근본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던 이 시기, 인류는 대중들이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중산층 가정에 세탁기가 보급되고, 스테레오를 집집마다 가지게 된다. 음반을 통해 음악을 아무 때나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원하는 때 언제든지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 영화 는 1968년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참전으로 피폐해진 미국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영화 이야기보다 기껏해야 제철소에 다니는 20대 노동자들의 삶의 질에 대해 놀랐다. 그들은 휴가를 내서 세단을 타고 라이플을 들고 사슴 사냥을 하는 것을 취미로 가지고 있었다. 1980년대 대학 시절, 나에게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실제 1990.. 2014. 12. 25.
한국의 맛 그리고 플라스틱 국자 맛. 그 오묘한 세계에 대해 논하기가 쉽지 않다. 워낙 복잡미묘해서 그렇다. 저자로서, 처음으로 쓴 책이 음식에 관한 책이었다. 따져보면, 내가 음식으로 저자 데뷔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맛은 워낙 어려워서 지금도 감히 말을 하기가 무섭다. 맛집은 잘 몰라도, 맛은 조금 안다고 생각한다. 결혼하고 몇 년 동안 우리 집 밥은 내가 했다. 돈 못 버는 남편이, 밥이라도 짓고 반찬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식구들 먹을 밥에 후추 외에는 감미료를 안 썼다. 맛없어도 맛있게 먹어준 식구들에게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아내가 먹고 아기가 먹을 밥, 그게 내가 음식할 때 처음 생각하는 기준이다. YTN 사이언스에서 만든 이라는 음식 다큐를 오랫동안 보았다. 사실, 처음부터 다 본 건 아니다. 뜨문뜨문 보다.. 2014. 12. 18.
‘쿠즈네츠 함수’ 우리에게도 유효할까 우리가 잘살게 되면 많은 문제가 과연 해결될 것인가? 경제학에서 이 문제에 관해서 가장 정통한 연구는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 쿠즈네츠의 실증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쿠즈네츠의 가설에 의하면, 경제성장 초기에는 불평등이 증가한다. 하지만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 단계를 넘어가면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를 역U자형 함수 혹은 쿠즈네츠 커브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우리가 지겹도록 들었던 ‘파이’를 키우자는 얘기는 이런 쿠즈네츠 함수가 존재한다는 가설에 근거하고 있다. 초기에는 불평등이 늘어나지만 이 단계를 참고 버티면 언젠가는 개선되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쿠즈네츠의 연구는 자본주의 경제가 한참 어렵던 1930년대와 ‘영광의 30년’이라고 불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후 .. 2014. 12. 11.
박근혜 농업의 현주소 지난 추석 봉하마을에서 자그마한 쌀봉투 하나가 추석 선물로 왔다. 이래저래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휴대폰 팔아 쌀 사먹으면 된다.” 이 얘기를 참여정부의 경제관료 입에서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문제로 후보 시절부터 농업정책에서는 욕을 많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그에게 우호적이던 농민단체들마저 등을 돌렸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퇴임 후 우렁이 농법 등 친환경 농업에 힘을 기울였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 농민들의 인기를 등에 업은 것이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기억한다. 한·미 FTA 논쟁 국면에서 그는 농업대책에 관한 강도 높은 발언을 종종 했다. 객관적으로 따지면 지난 대선, 야당 쪽의 농업공약은 별 게 없었지만 나름 .. 2014. 12. 4.
서울에 문 여는 ‘칼 폴라니 연구소’ 지난 11월19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마거릿 멘델 칼 폴라니 정치경제연구소 소장 그리고 송경용 칼 폴라니 연구소 설립준비위원장 등 3인이 서울에 칼 폴라니 연구소 아시아 지부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미 프랑스에 유럽 지부가 설립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북미, 유럽, 아시아에 하나씩 칼 폴라니의 이론 및 사상을 사회적 경제의 이론과 실천으로 접목시키는 연구소가 존재하게 된 셈이다. 협약의 중요한 내용은 각 지역에서의 사회적 경제의 이론과 실천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나아가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포함하는 ‘다원적 경제 발전 모델’을 개발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담고 있다. 폴라니 연구소 아시아 지부는 내년 3월 개소를 목표로 준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칼 폴라니는 1964년에 타계한 헝가.. 2014. 12. 3.
빚 권하는 사회, 2014 “…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알았소? 팔자가 좋아서 조선에 태어났지, 딴 나라에서 났다면 술이나 먹을 수 있나….” 1921년 개벽을 통해서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소설은 한때 대한제국의 후손이었지만 결국은 조선총독부의 통치 아래 들어간 우리 문인들의 가슴을 강타했다. 술 권하는 일제 치하에서 한국 최고의 블랙코미디 소설가라 할 수 있는 의 김유정은 1937년 29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같은 해 27세의 나이로 ‘오감도’의 이상도 타계했다. 술병으로 쓰러진 이 꽃 같은 나이의 천재들에 비해 정작 의 현진건은 43세까지 살았다. 이게 바로 일제 치하에서 한국의 청년 문학도들이 살았던 짧고 굵은 삶이다. 술 권하는 사회, 그.. 2014. 11. 27.
‘싱글세’와 동거에 대한 인센티브 얼마 전 일본 40대 남성의 3분의 1이 독신이라는 발표가 나와 일본이 한참 떠들썩했다. 서구의 솔로 현상은 고소득자들에게 주로 해당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 특히 보수주의 성향의 빈민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자유’를 신봉한 좌파 성향 국민들의 저출산이 결국 정치 지형을 바꾸게 된다는 사회학 연구가 생겨났다는 얘기도 건네 들었다. 한국과 일본은 전형적으로 가난해서 결혼을 못한다, 이 양상이다. 스웨덴의 상대적으로 넉넉한 솔로에 비해서 차별받고 푸대접받는 미국 솔로들의 막막한 상황을 그린 에릭 크라이벤버그의 는 책은, 정말로 간만에 가슴 절이는 심정으로 봤던 책이다. 우리에게도 올 게 왔다. 드디어 ‘싱글세’ 논란이 터져 나왔다. 넓은 의미로 보면, 우리에게는 .. 2014.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