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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263

[생태경제 이야기]개도맹, 그리고 종로구 생태보고서 ‘철령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원루를 비삼아 띄었다가/ 님계신 구중심처에 뿌려 본들 어떠리.’ ‘철령 높은 봉에’로 시작하는 이 시조는 백사 이항복이 북청으로 유배 가는 길에 지은 것이다. 그는 결국 이곳에서 삶을 마감했다. 오성과 한음으로 한국사에서 가장 짓궂고 개구쟁이였던 소년들로 남은 바로 그 이항복 얘기를 우리는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권율의 딸이었던 그의 아내와 친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스스럼없이 서로 방귀를 뀌게 되었다고 표현한 것이었다. 언제 자기의 배우자 앞에서 방귀를 뀌었는가, 그런 표현은 서양의 유머집에서도 못 본 것 같다. 이항복이 죽어서도 서울에서 거의 유일한 도롱뇽 서습지를 지키고 있고, 그걸 지키던 사람들이 ‘개도맹’이라는 말을 만들게 되었으니.. 2014. 6. 19.
한국 보수의 경제사관 최근 화제가 된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일련의 발언에는 우리나라 보수 지배세력의 경제사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한국인의 ‘민족성’은 게으르고 의존적 타율적이며, 이씨조선 500년간의 지독한 정체 상태에서 알 수 있듯 그대로 두면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있을 수 없는 집단이다. 여기에 자비로운 ‘하나님’은 이 불쌍한 민족을 위하여 두 가지의 장치를 예비하셨다. 하나는 식민 통치, 분단, 전쟁으로 이어졌던 온갖 고난과 시련이며, 또 하나는 서양, 일본, 미국을 잇는 ‘개명된 선진’ 세력이다. 실로 놀랄 만큼 거칠고 단순한 사관이지만, 이것으로 지난 한 세기 혹은 반 세기간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을 하나의 스토리로 꿰어내는 역할을 한다. 쓰러져가는 이씨조선을 대체한 일본 제국주의는 ‘근대화’의 씨앗을 뿌렸고,.. 2014. 6. 18.
[생태경제 이야기]친환경 급식의 위력 무상급식이 선거에서 위력을 한 번 발휘한 이후, 야당 정치인들은 이 주제를 이미 소진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이미 한 번 했고, 무상급식 같은 뭐 ‘쌈박한’ 거 없나, 이런 게 후보들의 고민이다. 한 번 써먹은 것은 지나간 것, 주류 정치인들에게 선거야말로 어쩌면 인스턴트 백화점 같은 건지 모르겠다. 진열되어 있는 것 중에서 몇 개 골라잡고, 거기에 약간의 포장을 더해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 정책의 인스턴트화라고 할 수 있다. 급식을 둘러싼 두 가지의 흐름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격돌했다. 무상에서 친환경으로 내용이 진화한 진보 쪽과 보통 GAP라고 부르는 국가관리 농산물우수관리인증제의 보수의 방향이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국가 인증보다 사람들이 더 쳐주는 것은 지역생협의 자체 브.. 2014. 6. 12.
[생태경제 이야기]무더위를 이기는 법, ‘실링팬’의 재발견 공직을 사퇴하면서 하던 일을 다 내려놓았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 여전히 기억에 아른거리는 일이 하나 있다.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을 통해 냉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정책도 내가 하던 일 중 하나였다. 도시가스로 냉방을 하면 전기는 최소로 쓰면서 훨씬 저렴해지고, 국가적으로도 전기 부하를 줄일 수 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난방을 지역냉난방으로 바꾼다면, 전기는 물론 에너지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장기적인 온난화 현상을 생각한다면, 그냥 더위를 참으라고 할 일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저렴한 대체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생각이었다. 초기 제품은 고가이겠지만 기술이 안정화되면 결국에는 전기 에어컨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냉방기술은 오히려 더 고가이면.. 2014. 6. 5.
[생태경제 이야기]원전, 정말 안전하다면 국회 앞에 만들라 “원전 폭발을 영화에 넣으면 결국 방사능 유출 얘기로 넘어가고, 그럼 아무리 영화지만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잖아요. 도저히 끝맺음이 안되니까. 원전이란 게 쉽게 가동이 중단되는 게 아니고 또 중단되면 다시 가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더군요.”(2011·3·17, 국민일보 윤재균 감독 인터뷰 중) 천만 영화 중의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는 참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욕망 위에 세워 올린 탐욕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그런 메시지에 가슴이 찡했다. 원래 이 영화에는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위험에 빠지는 얘기가 시나리오 검토 때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감독이 밝히고 있듯이 스토리가 너무 복잡해져 마무리짓기가 쉽지 않아서 빠졌다고 들었다. 그러나 영화의 설정대로 해운대의 고층 주상복합의 꼭대기층도 .. 2014. 5. 29.
우리는 ‘똑똑한 국가’를 원한다 제약회사들이 만드는 약이 인체에 무해한가를 검사하는 것은 본래 국가가 할 일이다. 그런데 제한된 예산으로 검사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업들에 ‘자체 검사’를 하여 결과를 보고하도록 한다. 너무나 복잡하게 발전한 오늘날의 금융에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예산과 인원이 제한된 국가 기관에서 다 감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금융 기관들에 자체적으로 ‘감독원’을 구성하여 그 기능을 맡도록 한다. 철도나 상하수도를 공기업에서 모두 관리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비효율’이 발생하며, 서비스의 질도 낮아진다. 따라서 이를 일반 기업에 넘기도록 한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씨도 먹히지 않았을 이야기들이다. 어떤 정치가도 국가 지도자도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로부터 절대적으로 독립되어 엄정하.. 2014. 5. 21.
[생태경제 이야기]혼합미, 미검사 그리고 규제 완화 편안하게 얘기해보자. 아기의 이유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나는 결국 이기주의적 아빠다. 돈이 좀 더 들더라도 나의 아기는 유아식 때부터 우리 쌀을 먹이려고 했다. 아기가 얼마나 많이 먹겠나,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유기농으로 먹이고, 그나마도 좀 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쌀을 먹이려고 했었다. 두 돌이 아직 안된 나의 아기는 그렇게 좋은 쌀만 먹었다. 아비는 생태주의자이다. 생태와 유기농을 얘기하는 아비를 둔 이유로 오이 하나, 호박 하나, 자기 아비와 친구인 농민들이 정성으로 키운 것들을 먹고 살았다. 아비의 사랑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아이가 먹는 것은 내가 키웠거나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키웠거나, 그렇게 먹게 했다. 물론, 중간중간, 설탕 많이 들어간 산업용 음식을 먹기는 했다. 사람 사는.. 2014. 5. 15.
[생태경제 이야기]인본주의도 의심받는 시대 인본주의라는 가슴 떨리도록 아름다운 말이 있다. 중세는 신의 권위 위에 세운 사회였다. 그리고 그 시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노 즉 땅에 딸린 노예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개별적 인격체로서 그리고 자신이 뭔가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유교 위에 국가를 세운 조선은 조금 달랐다. 사농공상이라는 유교적 질서 위에서 농업은 공업과 상업보다도 위에 있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는 르네상스 때 비로소 나오기 시작했다. 신의 명령이 아니라 인간들의 약속 위에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 것은 자본주의의 등장과 일정하게 궤를 같이한다. 사회계약론은 신의 명령이 아니라 인간들의 약속 위에 국가를 만들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근대 국가에 중대한 전환점을 가져온 프랑스 혁명의.. 2014. 5. 1.
[생태경제 이야기]내각 총사퇴 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바쳐라 어제 꿈을 꾸었다. 2년 전에 죽은 고양이들까지 흡혈귀로 변해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직 두 돌이 지나지 않은 아기를 지키기 위해서 고양이들과 싸웠다. 수 년간 내가 돌보던 녀석들과 싸우면서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 싸움이 끝나고 안도하면서 아기를 안았는데, 아기가 내 입술을 물었다. 흡혈귀로 변해버린 아기, 과연 내가 아기와 싸울 수 있을까? 그렇게 황망한 악몽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원래 괴기물이나 SF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의 꿈은 많은 경우 기괴하다. 세월호에 관한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나의 일상 아니 우리 모두의 일상이 이렇게 괴기스럽게 되어버렸다. 내가 생각하는 박근혜 정부는 안보와 민영화, 그 두 가지 축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들의 통치 방식은 힘으로 밀어붙이기 하나이다.. 2014.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