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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42

젊은 그들의 혁명을 지지한다 어쩌다 보니 서로 다른 매체에서 연이어 혁명을 부추기고 있다. 2015년에는 날로 치솟는 불평등 지수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차라리 혁명을 준비하렴”이라며 선동했고(한겨레, 6·1) 작년에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기후위기에 맞선 툰베리의 이야기에 “아이야, 혁명의 때가 왔구나” 하고 환호했다(시사IN, 11·8). 이제 세 번째이자 마지막이다. 지금 한국의 불평등은 피케티의 β를 기준으로(국민순자산/국민소득) 마르크스가 2년에 한번씩 혁명을 (그릇) 예언했던 1870년대보다 더 심하다. 옛날 같으면 혁명을 꿈꿨음직한 가장 ‘발칙한’ 아이들이 “갭투자” “암호화폐” “다단계 판매”와 같은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 스스로 1987년 민주화 대투쟁의 주역이라고 자랑하는 왕년의 혁명가들은 정권이 위태로워질 .. 2020. 12. 22.
[정태인의 경제시평]동아시아 방역이 ‘선방’한 이유 올 한 해 전 세계를 뒤흔든 바이러스의 ‘활동기록’, 각국의 신규 확진자나 사망자의 변화 추이를 살펴본다.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간단한 경제지표인 성장률을 들여다본다. 바이러스 관련 지표는 세 가지 유형이 명확히 구분된다. 미국형은 신규 확진자나 사망률 모두 일정한 비율로 증가해서(1, 2, 3차 파동이라고 부르는 미미한 파동은 보이지만) 인구비례 총 사망자가 한국의 100배에 이른다. 다음은 유럽형이다. 바이러스는 뚜렷하게 1, 2차 파동을 보이며 인구를 감안한 사망자는 한국의 약 10배다. 중국,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유형은 신규 확진자나 사망자 양쪽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현재 2차 파동을 맞고 있지만 아직은 의료자원이 붕괴하지 않았다. 미국형의 그래프 모습이 독보적인 것은 실제의 봉쇄(loc.. 2020. 11. 24.
[정태인의 경제시평]미·중 기술전쟁서 살아남는 법 미·중 간 ‘신냉전’ 또는 투키디데스 함정은 5G를 둘러싼 기술전쟁, 반도체전쟁의 형태로 나타났다. 미국의 화웨이 공격은 가히 1950년대의 매카시 선풍을 연상케 한다. 수많은 정치인이나 예술가가 스파이로 몰렸던 것처럼 화웨이는 5G 설비나 소프트웨어에 ‘안보 구멍’을 만들어 안보상의 비밀이나 기업 비밀을 훔쳐냈다는 것이다. 2013년 스노든이 미국 NSA의 감시시스템을 폭로한 데 비견할 만한 국가 차원의 증거도 없다. 5G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중추(back bone) 역할을 한다. 예컨대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려면 인공지능이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야 하고 사물 인터넷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송신이 끊겨서는 안 되며, 이 모든 작업에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물론 전쟁 기획가들은 5G에서.. 2020. 9. 29.
생태위기 극복의 조건 현재 코로자19의 신규 확진자 수는 248명(31일 0시 기준)이다. 지난 2월27일 909명의 정점 이후 두 번째 최고치였던 8월27일의 확진자 441명에 비하면 나흘 만에 200명 가까이 줄였다. 바이러스와 함께한 7개월여 동안 몇 가지 사실이 확실해졌다. 이 바이러스는 마치 인간과 게임을 하듯, 정부와 시민의 경각심이 높아지면 슬그머니 숨었다가, 약간만 풀어지면 즉각 발호한다. 아시아형, 유럽형의 이름이 붙을 만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형(진화)하고, 한번 걸려서 완치된 사람이 다시 감염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백신에 의한 항체도 재생산이 잘 안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는데, 이 바이러스는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여름에도 기승을 부렸다. 다행히 바이러스 감염을 통제하는 요령도 뚜렷해졌다... 2020. 9. 1.
비핵-경제 병진노선 북한 경제가 위험하다. 중국의 대북한 수출입 수치는 북한 관련 통계 중 가장 믿을 만하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은 국제제재가 강화된 2008년경부터 급증해서 전체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2017년 유엔 안보리에서 역사상 최강의 제재를 결의한 뒤 북한의 대중국 수출입은 급전직하했다. 2013년 29억1300만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수출은 2019년 2억1500만달러를 기록해서 15분의 1로, 90% 이상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2014년 4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28억8300만달러로 60%가량 줄어들었다. 지난 3년간 누적된 무역적자만 70억달러로 이 수치만으로도, 한국의 약 40분의 1로 추정되는 북한 GDP의 17.5%나 차지한다. 설상가상, 지난해 말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2020. 7. 7.
한반도 완충지대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북한의 비핵화? 맞다. 빠르게 완료하자. 그런데 동시에 할 일이 있다. 미국 핵도 없애야 한다. 왜 북한 핵만 없애야 하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은 결국 소수 핵보유국의 독점 보장 협약이다.” 이런 글을 누가 썼을까? 이건 북한의 속마음이 아닌가. 하버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가 그 사람이다. 42세의 나이로 대통령 자문위원을 하면서 폴란드와 러시아에 ‘쇼크요법’을 퍼뜨린 바로 그 사람. 신속한 가격자유화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낳았고 전격적인 사유화는 자산의 헐값 매각과 매판자본이나 외국자본의 자산탈취로 이어졌다. 대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안정화 정책까지, 이들 나라는 10여년에 걸친 ‘전환 불황’을 겪어야 했다. 그는 말 그대로 자유주의 경제정책 또는 시장 확대의 사명을 띤 선.. 2020. 6. 9.
‘한국형 뉴딜’과 그린뉴딜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아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포스트 코로나’ 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예고됐지만 이태원클럽발 감염이 늘어나면서 대통령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강조했고 ‘장기전의 자세로’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 전문인력 확충과 지역체계 구축,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 감염병 연구소 설립이 발표됐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공공보건 의료체계와 감염병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제는 경제다. 대통령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첫째로 ‘선도형 경제’를 약속했다. 예의 ICT, BT를 기반으로 비대면 의료서비스와 온라인 교육, 온라인 거래 등 ‘포스트 코로나 산업’을 발전시키겠다.. 2020. 5. 12.
경제회복의 조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눈앞의 안개는 걷히면서 현재까지 어떤 전략이 옳았는지 드러났다. 방역에서 ‘통제(containment) 전략’은 ‘집단면역(herd immunity) 전략’보다 우월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방 국가들에 승리했고, 특히 바이러스 패닉이 경제위기로 전이된 미국은 대표적 실패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고작 4개월 지났고 갈 길은 멀다. 상대적으로 낮은 치사율(1~2%) 및 기본재생산지수(2.5, 한 명의 환자가 무감염 환경에서 몇 명이나 감염시키는가)를 믿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반 독감이나 별 다를 바 없다”고 호언했고, 존슨 영국 총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할 준비”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어차피 인구 60%가 면역이 되어야 사태가 끝날 테니 유증상자 중심으로 검사하여 .. 2020. 4. 14.
최고의 방역에 빈곤한 대책 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대응은 가히 ‘방역 다양성(Variety of Disinfection, VoD)’이라고 부를 만한 차이를 보였다. 처음에 서방 언론은 중국과 한국의 차이를 부각시켰다. 최초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알렸다가 서구 ‘허위사실 유포죄’로 체포되어 결국 사망한 중국 의사 리원량, 우한이라는 거대 도시의 봉쇄, 일주일 만의 병원 건설 모두 권위주의 중국의 파탄을 상징했다. 반면 기민하게 최초의 확진자를 발표(1월10일, 30대 중국인)하고 방역체계를 신속하게 작동시킨 한국은 민주주의의 승리로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그래프가 명확하게 보여주듯이 하루 33명의 확진자가 증가하는 세계의 평균 추세에서 중국과 한국은 100명의 환자가 발생한 지 열흘경부터 확실하게 벗어났고.. 2020.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