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우석훈의 생태경제 이야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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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우석훈의 생태경제 이야기57

결핍의 시대, 생태를 생각한다 1958년 경제학자 갈브레이드는 라는 저서를 발간한다. 냉전이 근본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던 이 시기, 인류는 대중들이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중산층 가정에 세탁기가 보급되고, 스테레오를 집집마다 가지게 된다. 음반을 통해 음악을 아무 때나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원하는 때 언제든지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 영화 는 1968년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참전으로 피폐해진 미국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영화 이야기보다 기껏해야 제철소에 다니는 20대 노동자들의 삶의 질에 대해 놀랐다. 그들은 휴가를 내서 세단을 타고 라이플을 들고 사슴 사냥을 하는 것을 취미로 가지고 있었다. 1980년대 대학 시절, 나에게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실제 1990.. 2014. 12. 25.
한국의 맛 그리고 플라스틱 국자 맛. 그 오묘한 세계에 대해 논하기가 쉽지 않다. 워낙 복잡미묘해서 그렇다. 저자로서, 처음으로 쓴 책이 음식에 관한 책이었다. 따져보면, 내가 음식으로 저자 데뷔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맛은 워낙 어려워서 지금도 감히 말을 하기가 무섭다. 맛집은 잘 몰라도, 맛은 조금 안다고 생각한다. 결혼하고 몇 년 동안 우리 집 밥은 내가 했다. 돈 못 버는 남편이, 밥이라도 짓고 반찬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식구들 먹을 밥에 후추 외에는 감미료를 안 썼다. 맛없어도 맛있게 먹어준 식구들에게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아내가 먹고 아기가 먹을 밥, 그게 내가 음식할 때 처음 생각하는 기준이다. YTN 사이언스에서 만든 이라는 음식 다큐를 오랫동안 보았다. 사실, 처음부터 다 본 건 아니다. 뜨문뜨문 보다.. 2014. 12. 18.
‘쿠즈네츠 함수’ 우리에게도 유효할까 우리가 잘살게 되면 많은 문제가 과연 해결될 것인가? 경제학에서 이 문제에 관해서 가장 정통한 연구는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 쿠즈네츠의 실증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쿠즈네츠의 가설에 의하면, 경제성장 초기에는 불평등이 증가한다. 하지만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 단계를 넘어가면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를 역U자형 함수 혹은 쿠즈네츠 커브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우리가 지겹도록 들었던 ‘파이’를 키우자는 얘기는 이런 쿠즈네츠 함수가 존재한다는 가설에 근거하고 있다. 초기에는 불평등이 늘어나지만 이 단계를 참고 버티면 언젠가는 개선되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쿠즈네츠의 연구는 자본주의 경제가 한참 어렵던 1930년대와 ‘영광의 30년’이라고 불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후 .. 2014. 12. 11.
박근혜 농업의 현주소 지난 추석 봉하마을에서 자그마한 쌀봉투 하나가 추석 선물로 왔다. 이래저래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휴대폰 팔아 쌀 사먹으면 된다.” 이 얘기를 참여정부의 경제관료 입에서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문제로 후보 시절부터 농업정책에서는 욕을 많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그에게 우호적이던 농민단체들마저 등을 돌렸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퇴임 후 우렁이 농법 등 친환경 농업에 힘을 기울였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 농민들의 인기를 등에 업은 것이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기억한다. 한·미 FTA 논쟁 국면에서 그는 농업대책에 관한 강도 높은 발언을 종종 했다. 객관적으로 따지면 지난 대선, 야당 쪽의 농업공약은 별 게 없었지만 나름 .. 2014. 12. 4.
빚 권하는 사회, 2014 “…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알았소? 팔자가 좋아서 조선에 태어났지, 딴 나라에서 났다면 술이나 먹을 수 있나….” 1921년 개벽을 통해서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소설은 한때 대한제국의 후손이었지만 결국은 조선총독부의 통치 아래 들어간 우리 문인들의 가슴을 강타했다. 술 권하는 일제 치하에서 한국 최고의 블랙코미디 소설가라 할 수 있는 의 김유정은 1937년 29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같은 해 27세의 나이로 ‘오감도’의 이상도 타계했다. 술병으로 쓰러진 이 꽃 같은 나이의 천재들에 비해 정작 의 현진건은 43세까지 살았다. 이게 바로 일제 치하에서 한국의 청년 문학도들이 살았던 짧고 굵은 삶이다. 술 권하는 사회, 그.. 2014. 11. 27.
‘싱글세’와 동거에 대한 인센티브 얼마 전 일본 40대 남성의 3분의 1이 독신이라는 발표가 나와 일본이 한참 떠들썩했다. 서구의 솔로 현상은 고소득자들에게 주로 해당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 특히 보수주의 성향의 빈민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자유’를 신봉한 좌파 성향 국민들의 저출산이 결국 정치 지형을 바꾸게 된다는 사회학 연구가 생겨났다는 얘기도 건네 들었다. 한국과 일본은 전형적으로 가난해서 결혼을 못한다, 이 양상이다. 스웨덴의 상대적으로 넉넉한 솔로에 비해서 차별받고 푸대접받는 미국 솔로들의 막막한 상황을 그린 에릭 크라이벤버그의 는 책은, 정말로 간만에 가슴 절이는 심정으로 봤던 책이다. 우리에게도 올 게 왔다. 드디어 ‘싱글세’ 논란이 터져 나왔다. 넓은 의미로 보면, 우리에게는 .. 2014. 11. 13.
혐한·반일, 생태협력으로 넘자 살다보니, 정부의 공식 협상단으로 유엔 등 각종 협상에 참여하는 일을 5년 정도 했던 것 같다. 청와대에서 매번 협상단을 임명하고, 정부의 공식 대표로서 가져야 할 입장을 훈령으로 지시한다. 그 훈령의 범위 내에서 소위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출마와 선거 같은 건 안 한다는 게 나의 신조였지만, 하여간 그 시절에는 정부의 지침대로 출마도 하고, 선거도 하고, 아시아 대표로 선출도 되었다. 그때 한 가지 배운 것은, 생태적 사유를 한다는 것이 지구 차원에서 보편적 지지를 얻는 데 조금 유리하다는 점이다. 지난주에 도쿄에 갔다. 두 번째 일본어 번역본이 출간되어 기념강연 같은 것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아직 일본에서 전국 순회강연을 할 정도의 인지도는 되지 못한다. 도쿄.. 2014. 11. 6.
초이노믹스와 모르핀 중독 현상 모르핀은 마약의 일종이다. 그렇지만 진통의 효과가 있어서 총상 등 부상을 당한 병사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을 때 완화하는 약품으로 사용한다. 이 정도가 내가 아는 모르핀에 관한 전부이다. 이 모르핀에 관한 얘기를 진지하게 나에게 처음 들려준 사람은 김광수경제연구소의 바로 그 김광수이다. 토건으로 달려가는 한국 경제가 내놓는 수많은 부동산 관련 대책을 ‘모르핀’이라는 말로 그가 정리하였다. 나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에서 경제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주요 대책들은 기본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높이거나 유지하는 정책이 한 부류, 나머지는 어떻게든 환율시장에 개입해서 수출을 늘리는 정책이 또 한 부류였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조세에 관한 것들이 좀 .. 2014. 10. 23.
강남의 수용능력은? 생태학에서 보통은 K라고 부르는 변수가 있다. 영어로는 carrying capacity, 우리 말로는 환경용량 혹은 수용능력이라는 말로 번역된다. 간단히 말하면, 그 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개체군이 존재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이걸 식물과 동물 즉 생태계가 아니라 인간의 세계에 대한 은유로 가지고 오면 1차적으로는 총인구수 같은 게 된다. 가상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해보고 싶었던 논의이기도 하다. 도대체 전 세계에는 몇 명이나 살 수 있느냐, 우리나라에는 몇 명까지 살 수 있느냐, 이런 얘기들이 된다. 맬서스 시절에는 농업의 결과물인 식량이 급격하게 늘기 어려울 것이므로 인구 증가에는 자연적으로 제약 조건이 걸린다고 생각했다. 20세기 초반, 화학비료와 제초제가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식량 잉여가 문.. 2014.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