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세’와 동거에 대한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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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우석훈의 생태경제 이야기

‘싱글세’와 동거에 대한 인센티브

by eKHonomy 2014. 11. 13.

얼마 전 일본 40대 남성의 3분의 1이 독신이라는 발표가 나와 일본이 한참 떠들썩했다. 서구의 솔로 현상은 고소득자들에게 주로 해당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 특히 보수주의 성향의 빈민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자유’를 신봉한 좌파 성향 국민들의 저출산이 결국 정치 지형을 바꾸게 된다는 사회학 연구가 생겨났다는 얘기도 건네 들었다. 한국과 일본은 전형적으로 가난해서 결혼을 못한다, 이 양상이다. 스웨덴의 상대적으로 넉넉한 솔로에 비해서 차별받고 푸대접받는 미국 솔로들의 막막한 상황을 그린 에릭 크라이벤버그의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는 책은, 정말로 간만에 가슴 절이는 심정으로 봤던 책이다.

우리에게도 올 게 왔다. 드디어 ‘싱글세’ 논란이 터져 나왔다. 넓은 의미로 보면, 우리에게는 이미 싱글세가 존재한다. 주로 가장들에게 혜택이 집중된 임대주택제나 회사 보너스 방식 같은 것들이 간접적인 싱글세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공약이었던 세 번째 아이부터 대학등록금을 면제해주겠다는 것도 간접적 싱글세다. 결혼도 안 하는 사람들에게 세 번째 아이에게 특혜를 집중하겠다는 얘기가 고맙게 느껴질 리가 없다. 다둥이 정책도 기본적으로는 싱글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논란이 된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우선적으로 주겠다는 것도, 솔로들에게는 서러운 일일 뿐이다. 연애 못하고 결혼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정부의 복지 정책에서도 따돌림을 받고 있다.

생태주의의 눈으로 엄격하게 보면 솔로 현상은 지금까지 벌어진 생태적 문제에 대한 문제들이 해소되어가는 또 다른 힘이기는 하다. 우리는 주택보급률을 얘기하지만 일본은 빈집 비율이 13%를 넘었다느니, 이게 몇 퍼센트까지 갈지, 이런 걸 가지고 논쟁 중이다. 인구증가를 빌미로, 시멘트에만 돈을 쏟아붓더니, 급기야 사람들이 사랑과 출산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대한 반대급부로 싱글현상이 생긴 건데 어떤 생태학자도 이런 기이한 현상을 예측하지는 못한 것 같다. 어쨌든 단기적으로 생기는 이러한 인구 불균형이 많은 경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까지 선진국에서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푼 나라는 프랑스 외에 없다. 스웨덴이나 독일도, 해법에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좀 거리가 있다. 이런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최근에 취한 조치는 동거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들을 정비한 것이다. 동거하다보면, 결혼도 하는 법 그러다보면 잘못해서 아기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결혼해라, 이렇게 보수적으로 얘기하는 것보다는 68혁명식으로, 동거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라, 이렇게 하는 게 더 부드럽다. 그리고 효과도 더 좋을 수 있다. 동거만 해도 공공임대주택에 좋은 권리를 주겠다, 이게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책보다는 문화적이고 부드럽다. 그리고 실효성도 높다. 이렇게 했던 유럽 국가들이 그래도 솔로 문제를 좀 완화시켰다.

결혼과 솔로, 문화갈등을 넘어 새로운 계급 갈등의 소지가 있을 정도로 갈등이 첨예해진다. 그 중간지대에 동거를 설정하고, 여기에 대한 인센티브를 만드는 것, 이런 논의를 좀 더 해보면 좋겠다. 우리의 10대, 20대의 인생이 솔로와 동거 사이에 있는 게, 주야장천 평생을 솔로로만 지내는 것보다는 풍성하지 않겠는가? 기왕 싱글세 얘기 나온 거, 동거와 솔로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높아지기를 바란다.


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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