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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서막 역사가들은 종종 ‘시대구분’은 필요악이라고 얘기한다. 세상과 사물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좀 더 명료하게 하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우리가 익숙하던 경제나 비즈니스 환경의 기본 틀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다시금 시대구분을 통해 우리가 지나온 과거의 궤적과 현재의 위치를 진단하여 불확실한 미래를 대면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이번 복합위기는 이른바 경기 사이클에 기반한 여느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실 우리 경제 사상 최악의 악몽으로 기억되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는 주로 금융시장의 패닉과 결부된 수요 붕괴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오히려 물리적 차원의 공급 위기에서 비롯된 성격이 강하다. 그런 만큼 위기가 끝나면 다시 회복을 기약할 수 있는 순환적 위기보다는 구조적, 추세적 위기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2022. 12. 15.
은행들 폭리, 두고만 볼 일인가 이달 초 발표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양극화의 현실을 드러낸다. 지니계수나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은 2021년 들어 시장소득 외에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도 악화됐다. 지난 몇 년간 처분가능소득의 분배는 조세나 사회보험 등의 공적이전에 힘입어 다소나마 개선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그런 흐름조차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불평등을 낳는 시장의 힘이 통제되지 않고 강해지기만 하는 탓이다. 양극화는 취약계층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도 올해 3분기 가구 실질소득(물가변동의 영향이 제거된 소득)은 특히 소득 하위 20%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하위 20% 가구의 약 60%는 소비에 쓸 돈을 벌지 못해 매월 적자.. 2022. 12. 14.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가지수가 한국 경제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증시는 장기 횡보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라는 유동성 모르핀을 맞았던 2020년 장세가 예외였을 뿐, 주식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박스권으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 12월7일 코스피(KOSPI·한국종합주가지수)는 2393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는데, 10년 전인 2012년 12월7일 마감 종가는 1957포인트였다. 10년 동안 코스피는 22.3%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 증시는 과거 세 차례의 장기 강세장을 경험했는데, 세 시기 모두 강력한 경제 성장 엔진이 존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차 강세장은 1972~1978년에 나타났는데 당시 주가 상승의 동력은 중동 건설붐에 따른 오일머니 유입이었다. 2차 강세장은 1985~1988년의 3저 호황을 등에 업고.. 2022. 12. 9.
세계는 충돌할 것인가 세계는 분열의 시대에 들어섰다. 세계는 충돌하고 말 것인가.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분열과 충돌의 양상을 확연히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대만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북핵 문제가 서로 연동되어 있고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백승욱 교수, 박민희 기자). 전쟁의 공포는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15일에는 우크라이나 접경의 폴란드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요격 미사일 오폭으로 이야기되었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가 쏜 것이었다면, 나토를 공격한 것이 된다. 나토와 러시아 간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한편 북한은 11월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 2022. 11. 30.
윤석열 정부, 밥그릇 걷어차기 문화 정책에서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단어는 ‘팔길이 원칙’이다. 너무 멀리 하지 않고, 너무 가깝게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 반댓말은 ‘손바닥 원칙’이다. 문화를 자기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할 때 이렇게 표현한다. 힘을 가지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싶어지는 게 힘의 속성이기는 하지만, 그건 힘의 속성일 뿐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촛불집회가 있었다. “이 돈이 다 어디서 나왔느냐”고 대통령이 질문을 하였고, 그때부터 정권 차원에서 ‘밥그릇 걷어차기’가 진행되었다. 문화 영역의 대부분의 생산자와 스태프들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고, 정부 문화정책에 연명하여 겨우겨우 버티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 형식까지 갖추어서 진행된 것이 그.. 2022. 11. 28.
현 정권은 왜 이리 정직할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한 연구에 따르면 93%가 하루에 한 번 이상의 거짓말을 한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 10분 만에 거짓말을 세 번 한다는 결과도 있다. 이 정도면 거짓말은 그냥 일상이고 차라리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를 궁금해하는 게 낫다. 또 거짓말이 이렇게 만연한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듣는 사람에게 그다지 큰 피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거짓말이 가져오는 효과가 크다면 세상은 벌써 파국으로 치달았어야 한다. 거짓말은 결과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처음 두 가지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이득, 듣는 사람도 이득인 모두가 좋아지는 거짓말, 그리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손해, 듣는 사람만 이득인 희생형 거짓말이다.. 2022. 11. 23.
통화긴축 시대의 새로운 정책조합 10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안도감을 낳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고물가 지속으로 금리 고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입장이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국내 통화정책 운용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내외 금리차 확대로 인한 자본 유출 우려 탓에 미국과의 동조적 금리 인상이 요구되지만, 동시에 부동산이나 자금시장 경색 등과 맞물린 국내 금융불안을 고려하면 운신의 폭이 제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코로나 위기 초입에도 급격한 자본 유출입으로 인한 취약성 현실화 우려가 현안으로 제기된 바 있다. 여기서 얻은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은 국제적으로 자본 유출입의 변동.. 2022. 11. 17.
왜 지금 횡재세인가 최근 유럽연합 이사회는 ‘연대기여금’의 이름으로 횡재세를 공식화했다. 연대기여금은 화석연료 부문의 유럽연합 회원국 기업이 올해나 내년에 벌어들이는 초과이윤에 대해 최소 33%의 세율로 부과될 예정이다. 법인세 과세표준이 2018~2021년 4개년 평균에 비해 20% 넘게 늘어난 부분을 초과이윤으로 본다. 세입은 주로 에너지 취약 계층 및 중소기업 지원에 쓴다. 회원국 별도의 횡재세를 도입하면 연대기여금은 적용 안 된다. 횡재세는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헝가리, 그리스, 루마니아, 네덜란드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벨기에도 도입을 확정했다. 오스트리아도 도입으로 가닥이 잡혔다. 독일과 미국은 논의 중이다. 나라마다 제도가 다르다. 우여곡절도 적잖다. 예컨대 매출부가세와 매입부가세 신고금액 차이에 기초해.. 2022. 11. 16.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병행, 그 불가능한 임무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분히 매파적이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세 가지 점을 분명히 했다. ‘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는 늦추겠지만, 이를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이번 긴축 사이클의 금리 고점은 9월 FOMC에서 제시했던 것보다 더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천천히, 그러나 더 오랫동안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이 파월 의장 발언의 요지였다. 어떤 정책이든 대체로 상반된 효과(trade-off)가 발생한다. 중앙은행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플레이션이야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제의 주요 화두였지만, 금융불안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 2022.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