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전성시대’를 맞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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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정대영 칼럼

‘FTA 전성시대’를 맞는 우리의 자세

by eKHonomy 2014. 12. 10.

지난달 한국 최대 교역국이며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었다. 언론의 기사화와 일부 농민단체 등의 반대 시위는 있었지만 국민 대다수는 무덤덤한 모습이다. 수능의 변별력 상실보다 관심이 적었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 뒤 있었던 한·뉴질랜드 FTA 타결 소식은 기억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는 듯하다. 한국이 FTA를 체결 또는 타결한 국가는 2004년 4월 최초 체결국인 칠레를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EU), 아세안 국가, 싱가포르, 인도, 캐나다, 호주, 중국 등 아주 많다. 한국은 수출의 70% 이상이 이들 국가와 이루어지고 있어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FTA를 통한 교역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일 것이다.

한국의 FTA는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되고, 참여정부에 들어 한·미 FTA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이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더 열심히 하여 지금과 같은 FTA 전성시대가 된 것이다. FTA에 대해서는 추진론자와 반대론자 간 생각의 차이가 아주 크다. 특히, 한·미 FTA 추진 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 죽기 살기 식으로 싸워 나라가 결딴 나는 듯했다. 추진론자는 FTA를 하면 수출 증대, 국제 모범관행의 국내 확산, 수입물가 하락 등으로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바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반대론자는 FTA 확대 시 양극화 심화, 영세 자영업의 몰락, 농촌의 피폐화, 경제주권 상실 등으로 한국이 곧 망할 것같이 주장한다. 양쪽 주장은 상식적으로 볼 때 맞지 않는 듯하다. FTA로 인해 바로 나라가 망하거나, 또 쉽게 선진국이 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상품 관세 조정 품목 (출처 : 경향DB)


FTA는 상대가 있는 게임으로 이익과 손실을 동시에 준다. FTA의 이익을 크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협상을 잘해야 하지만 상대방 국가도 최대한 이익을 얻어내려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국가 전체의 득실은 협상을 괜찮게 했다고 가정했을 때 반·반쯤 된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부문별로는 당연히 이해득실이 크게 갈린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수출기업 등은 이익이 크겠지만 농업과 경쟁력이 약한 서비스업과 내수 제조업은 피해가 크다. 따라서 이익을 보는 부문과 손해를 보는 부문 간의 균형을 잡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FTA 추진의 기초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참여정부는 자신의 지지계층 이익에 반할 것 같은 FTA를 왜 적극 추진하여 거센 역풍을 맞았는가이다. FTA의 기본도 몰라서일까? 여기저기 물어봤지만 시원한 답은 얻지 못했다. 지난번 대선 때 민주당이 FTA 문제로 우왕좌왕했던 것을 보면 자신들도 어떤 확신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나라 안에서 뜻한 것을 이루기 어려우니까, FTA를 통해 수출을 늘리고 나라 밖에서 무엇인가 쉽게 얻어보려는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수출을 통해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비율이 40%로 100억달러 수출 시 국내에 남는 부가가치가 40억달러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 첫째는 수출을 150억달러로 늘려 부가가치를 60억달러로 만드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가가치 유발비율을 40%에서 60%로 늘려 부가가치를 60억달러로 늘리는 것이다. 첫 번째 단순한 수출 증가의 경우 기업은 공장 증설보다는 근로자 연장근무와 공장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때문에 수출이 늘어도 신규 투자나 고용증대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FTA를 통해 수출을 늘리는 정책은 이 방식에 가깝다.

반면 두 번째 방식인 부가가치 비율의 제고를 위해서는 새로운 공정 개발이나 부품소재기업의 신설이 필요하다. 신규 투자와 고용 확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번째 정책은 국내 기반기술의 발전과 창업 여건의 개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시장 확대를 통한 단순 수출 증대보다 훨씬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국가와 개인 모두 안을 튼튼히 해야 밖에서 얻는 것이 많아진다. FTA 추진을 위해 소모한 국가적 에너지를 국내의 경제구조 개선에 사용했다면, 지금 한국의 모습은 훨씬 달라졌을 것이다.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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