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31일 자신들의 ‘공포의 회항’ 전말을 다룬 경향신문 보도를 정면 반박했다. 이날자 1면 ‘제주항공 ‘공포의 회항’ 원인은 “SW 8개 먹통” ’과 3면 ‘제주항공 여객기, SW ‘상당수 먹통’인데 왜 즉시 회항 않고 수동비행 추진했나’ 등이 잘못된 보도란 것이다.
해당 보도는 복수의 국토교통부 당국자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25일 김해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회항사건 조사를 책임진 인물들이다. 그런데 제주항공은 반박문에서 “국토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현재까지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므로 ‘국토부에 따르면’ ‘당국에 따르면’이라는 용어는 ‘국토부 관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사건엔 초동 조사 또는 초동 수사란 게 있다. 이 내용을 관계 당국자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 취재해야 한단 말인가. 조사를 책임진 당국자는 개인이 아니다. 이런 논리면 나중에 조사 결과 발표가 나와도 “일부 국토부 직원들의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고 우기면 그만이니, 제주항공은 항공 감독당국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뜻인가.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10월 31일 (출처:경향신문DB)
제주항공은 “이륙 전 고장을 알고도 출발했다는 의혹 보도, 또 1시간20분 동안 정비에 나섰지만 (고장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륙 전 고장을 모르고 출발했는가. 또 1시간20분 동안 정비를 통해 고장난 부분을 고치는 데 성공했는가. 알고 있었고, 고치지 못했다. 말장난일 뿐이다.
고장난 게 스위치이므로 ‘소프트웨어(SW)’가 아니란 설명도 당황스럽다. 제주항공은 지난 27일 입장문 문의에 스스로 “출발 전 1종의 소프트웨어, 이륙 후 또 다른 1종의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대로 인용한 28일자 기사엔 아무 얘기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사흘 후부터는 “스위치는 하드웨어”라고 주장하기로 한 것인가.
당국의 초동 조사 결과 이륙 전 상하좌우 이동을 표시하는 장치 2종이 고장났지만 제주항공은 첫 입장문에서 ‘항법 고도 유지 시스템 스위치 점검 사유 발생’이라고 발표했다. 이륙하자마자 나머지 6종이 고장나 8종 모두 먹통이 됐지만 제주항공은 ‘자동조종장치 이상 신호 감지’라고만 표기했다. 제주항공은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반박문에 대해 “말도 안되는 변명이다. 대언론 경험이 부족해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제주항공에 부족한 게 이 경험뿐일까. 안전이 최우선인 항공사를,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홍재원 | 산업부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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