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공기업 민영화와 구조개편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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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공기업 민영화와 구조개편의 교훈

by eKHonomy 2013. 1. 17.

임원혁 | 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개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민영화란 공기업의 소유권을 민간에 매각해 기업경영에 이윤 동기를 도입하는 것이고, 이윤 동기가 소비자 후생 증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규제나 실질적인 경쟁이 확보되도록 산업의 구조가 개편되어야 한다.

 

공기업을 매각하는 것이나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처럼 이론적인 논의뿐 아니라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개편에 대한 올바른 정책 방향이 설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영화 중단 요구 기자회견 (경향신문DB)

 

김대중 정부는 경영진을 규율할 수 있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정부 지분을 분산 매각하고 공모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포항제철(POSCO), 한국통신(KT), 담배인삼공사(KT&G) 등 대규모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그리고 한국중공업과 국정교과서 등은 지배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분하였다. 한국전력공사(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망 부문의 공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을 분할하여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특히 전력과 가스에 대해서는 ‘팔자’는 사업자와 ‘사자’는 사업자가 단일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하는 구조개편 방안을 채택하였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와 캐나다 온타리오의 전력사태 등을 통해 이와 같은 구조개편 방안은 암묵적인 담합과 전략적인 공급 감축을 용이하게 하고, 최종 공급 책임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하는 것으로 판명되어 더 이상 추진이 어렵게 되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분할 매각과 단일시장 개설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구조개편 방안을 중단하였다. 대신 입찰 담합이 일어나지 않도록 규제하면서 기존 공기업 이외의 기업이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것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였다.

 

전력 부문의 경우 한전의 발전 자회사 외 민간 기업들의 영향력이 확대되었고, 가스 부문에서는 대량 수요자가 자가용 가스를 직도입할 수 있게 되었고, 지역난방 부문에서도 공급 대상지역의 사업권 확보를 위한 경쟁체제가 도입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초기에는 일부에서 분할 매각과 단일시장 개설을 중심으로 한 구조개편 방안을 복원하려 하였으나 대다수의 정책담당자와 전문가들이 그 위험성을 지적함에 따라 결국 신규사업자의 진입과 소비자의 공급자 선택권 확대를 통하여 경쟁 압력을 제고하는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단일시장 대신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직접 계약을 통한 거래방식을 도입할 경우 정보력과 협상력을 갖춘 대규모 소비자는 현재보다 혜택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 규모 소비자는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구조개편 방안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공항과 철도 등 유효 경쟁의 도입이 여의치 않은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의 민영화도 시도하였지만 특혜 시비 등으로 인해 원래 의도하였던 것만큼 추진을 하지 못하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등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비용을 적시에 반영하여 합리적인 소비와 공급을 유도하도록 한 연료비 조정제를 유보함으로써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된 부담을 새 정부에 전가하였다.

 

새 정부는 이상과 같은 지난 1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분할 매각과 단일시장 개설을 중심으로 한 방안이나 소비자의 공급자 선택권 확보에 초점을 맞춘 방안 모두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로서 해외자원개발과 대외협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격을 정상화하여 합리적인 소비와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고 에너지 복지 확충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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