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강 |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사람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해도 괜찮은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1200억 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재계 순위 100위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70세 할머니가 혼자 있는 집에 건장한 사내들이 들이닥쳐 세 아들이 준 용돈을 고이 모아 마련한 김치냉장고를 압류하는 일은, 그것이 아무리 법원의 결정에 따른 합법적 집행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70세 할머니 집의 황당한 압류
“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냐?”고 저항했지만 “우리는 그냥 문 따고도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당당하게 대꾸하면서 여섯 사람의 사내가 집안 곳곳을 뒤져 압류 딱지를 붙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할머니의 마음이 어땠을까?
70세 할머니 집의 황당한 압류
“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냐?”고 저항했지만 “우리는 그냥 문 따고도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당당하게 대꾸하면서 여섯 사람의 사내가 집안 곳곳을 뒤져 압류 딱지를 붙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할머니의 마음이 어땠을까?
문 따고 들어올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천지를 개벽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다.
재능교육 비정규직 교사들의 회사 앞 집회가 회사 업무를 방해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로서는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만큼”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람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칠순 할머니의 마음을 무참하게 짓밟는 일은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재능교육 비정규직 교사들의 회사 앞 집회가 회사 업무를 방해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로서는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만큼”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람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칠순 할머니의 마음을 무참하게 짓밟는 일은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 할머니의 상처 받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없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집행을 잠시 미루거나 동행했던 재능교육 관계자들이 집행관을 만류하는 장면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조차 상상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지방을 오가는 며칠 동안 내내 우울했다.
압류 당한 재능교육 조합원의 남편은 “중국집 배달부가 음식값 몇만원 횡령한 거는 구속 수사하면서도 대기업 총수가 수조원 횡령한 것은 휠체어 타고 몇번 방송에 나오다가 흐지부지 되는 나라인지라,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결사·표현의 자유 다 필요 없고 회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받아들여졌습니다”라고 분노했다.
재능교육·기륭전자·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관한 칼럼을 쓴 지 두 달이 지났다.
압류 당한 재능교육 조합원의 남편은 “중국집 배달부가 음식값 몇만원 횡령한 거는 구속 수사하면서도 대기업 총수가 수조원 횡령한 것은 휠체어 타고 몇번 방송에 나오다가 흐지부지 되는 나라인지라,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결사·표현의 자유 다 필요 없고 회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받아들여졌습니다”라고 분노했다.
재능교육·기륭전자·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관한 칼럼을 쓴 지 두 달이 지났다.
그 사이 기륭전자와 동희오토는 노사간 극적인 타결이 이루어져 아쉬움 반 기쁨 반의 보고대회를 치렀다. 말이 쉬워 “1895일, 6년간의 투쟁”이지 그 동안 사연들은 얼마나 많고 깊었을까?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이다.
기륭전자와 동희오토의 보고대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재능교육, GM대우 등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마음껏 기뻐할 수 없어 아쉬움의 눈물 흘렸다고 한다.
전태일 40주기를 맞는 11월, 호남과 영남 지역을 며칠 동안 두루 돌아다녔다. 분신한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 소식, 해운대 고층 건물 화재로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는 소식, 업무를 보러 간 법원 주차장에서 차를 압류 당하고 노조 사무실 집기들을 압류 당했다는 재능교육 노동자 소식도 길 위에서 들었다.
노동자들 죽음의 행렬 더 없길
단풍으로 화려하게 물든 산들을 볼 때마다 나치 시대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 그 많은 범죄행위에 관해 침묵하는 것을 의미하기에’라고 괴로워하며 쓴 시가 생각났다.
어느덧 쉰보다 예순에 가까운 나이가 됐고 직장생활 하던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명퇴했다는 사실이 깨달아지면서 불현듯 ‘이제 욕심을 버릴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태일 40주기를 맞는 11월, 호남과 영남 지역을 며칠 동안 두루 돌아다녔다. 분신한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 소식, 해운대 고층 건물 화재로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는 소식, 업무를 보러 간 법원 주차장에서 차를 압류 당하고 노조 사무실 집기들을 압류 당했다는 재능교육 노동자 소식도 길 위에서 들었다.
노동자들 죽음의 행렬 더 없길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0 전국노동자대회’ (서성일기자)
단풍으로 화려하게 물든 산들을 볼 때마다 나치 시대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 그 많은 범죄행위에 관해 침묵하는 것을 의미하기에’라고 괴로워하며 쓴 시가 생각났다.
어느덧 쉰보다 예순에 가까운 나이가 됐고 직장생활 하던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명퇴했다는 사실이 깨달아지면서 불현듯 ‘이제 욕심을 버릴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어떻게 생을 마감할 것인가, 남은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소멸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해봤다. 최소한 “노동자가 목숨을 걸어도 안되는 일이 있다”고 절망하는 일은 없는 나라, 노동자들이 계속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노동운동의 전통을 이어가는 일은 더 이상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되는 일에 남은 힘을 보태겠다고 감히 다짐한다.
전태일 열사 40주기 11월에….
경향신문 11월 4일자에 실린 칼럼입니다.
반응형
'온라인 경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금 눌러 물가잡기, 더 이상은 안 통한다 (0) | 2011.02.08 |
---|---|
[주간경향 특집] ‘신용카드의 노예’로 살진 않습니까? (0) | 2011.01.25 |
한나라당의 '동네수퍼 죽이기' (0) | 2010.11.03 |
'청년사회적기업가'를 키워라 (0) | 2010.11.02 |
자본 시장이 해줄 수 있는 것 (2) (0) | 2010.10.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