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 성공회대 석좌교수
자본의 목적은 가치증식이다. 자본을 100달러에서 120달러로, 120달러에서 150달러로 계속 증가시키는 것이 자본의 유일한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 세계로 나아간다. 임금수준이 낮은 나라, 환경보호 수준이 낮은 나라, 소득수준이 높아 시장이 큰 나라,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투기하기에 좋은 나라 등에 외국자본이 들어간다. 이것이 자본의 세계화고 지구화다.
자본의 세계화 모순 해결 2가지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세계화는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세계화가 일으키는 세계적 규모의 자연파괴, 지구온난화, 전염병 창궐, 금융위기, 과잉생산, 테러, 마약거래 등은 누가 담당해서 처리해야 할 것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슬로에서는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이 ‘세계 평화’를 위해 혼자서라도 전쟁을 수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몇 주 뒤인 코펜하겐에서 오바마는 ‘지구온난화’의 해결사가 아니었다.
이것은 분명히 ‘미국 이익’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지만, 미 하원을 통과한 2010년도 군사비가 6360억달러인 데 비해, 미국 정부가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후진국에 앞으로 3년간 지원하겠다는 돈이 36억달러라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가치증식이 유일한 목적인 자본은 국경을 넘어 세계화함으로써 온갖 세계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국가 형태는 여전히 ‘국민국가’의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세계적인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모순’,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자본의 세계화를 중단하고 모든 나라가 ‘자급자족’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국가를 부숴버리고 ‘세계정부’를 수립하는 길이다.
자급자족을 주장한 사람은 케인스다. 그는 세계공황이 맹위를 떨치던 1933년에 ‘국민적 자급자족’이 무역마찰과 외국의 경제침략을 막아 세계 평화를 유지하며, 자국의 인적·물적 자원과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게 함으로써 국부를 더욱 크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된 것은 그 당시에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보였던 러시아의 사회주의,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연구한 결과였다. 그런데 최근의 케인스주의자들은 각국이 함께 동시에 재정금융 확장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세계적인 공황을 탈피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국제적 케인스주의’는 케인스 본인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세계정부’의 수립은 마르크스의 제안이다. 생산능력이 크게 발달한 상황에서는 그 생산능력을 국민국가 안에 잡아둘 수 없기 때문에, 자본의 세계화는 불가피하다.
자본 이동의 세계, 혼란의 연속
이 세계화 과정에서 다수의 나라들이 유럽연합처럼 점차로 하나의 세계로 통합될 것이고, 세계적 차원에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 형성될 것이다.
이런 노동자계급이 세계 공황을 계기로 권력을 잡게 되면, 소련과 같은 일국 사회주의가 아니라 세계 사회주의가 건설되며, 이제 세계는 주민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세계평화·환경보호·사회복지·경제성장이 모두 보장된다는 것이다.
세계 전체적으로 혼란의 연속이다. 자본 이동을 통해 세계는 경제적으로 통합되고 있는데, 이 세계화에 따르는 각종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세계기구가 없고, 또 옛날의 헤게모니국가인 미국 정부가 이제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헤게모니국가가 사라지는 것은 세계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지만, 세계화와 국민국가의 모순은 여전히 남아있다. 국민적 자급자족인가, 세계정부의 수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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