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의 세가지 기본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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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정대영 칼럼

금융개혁의 세가지 기본 과제

by eKHonomy 2014. 4. 2.

지난 2월27일 칼럼에서 한국의 금융개혁은 그간 한국 금융을 주물러 온 금융관료 즉, 모피아를 내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썼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카드사태, 론스타 사건, 저축은행 사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의 주역인 금융관료는 당연히 물러나야 하지만, 이들이 없다고 금융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낙후된 금융을 발전시킬 구체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한국 금융은 자금중개기능, 일자리 창출, 실물부문 지원 등의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우선 필요한 세 가지 기본과제를 간략히 제시해 보고자 한다.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 활성화, 은행 설립의 단계적 허용,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감독 체계의 개편이다.

첫째, 한국에서 창업자, 영세사업자, 저신용자 등은 담보나 보증 없이 대출받기가 아주 어렵다. 여기에는 한국사회 전반의 정직성과 신뢰성 부족이 큰 원인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신협과 새마을금고에 대해서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되는 기관으로 보고 경쟁력 강화나 서민금융 확충에 대한 정책적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상호저축은행은 서민금융과 거리가 먼 부동산 PF대출을 조장하여 부실화시켰다. 이렇게 서민금융기관들이 위축되면서 재벌기업, 우량 중소기업, 좋은 직장 있는 사람 등을 제외하고는 제도권 대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다 2012년 도입된 협동조합도 금융·보험업은 허용되지 않아 시민들이 자조적 금융기관을 새로 만들 수도 없다. 기존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독일 협동조합은행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방안이 있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고개 숙인 신제윤 금융위원장 (출처 :경향DB)


둘째는 은행 신규 설립을 조금씩 허용하는 것이다. 한국은 1992년 이후 현재까지 20년 넘게 은행 설립이 전혀 없고 인수·합병 등을 통한 퇴출만 있었다. 선진국 중에서 이런 경우는 없을 것이다. 어떤 산업에서건 신규 진입이 없으면 제대로 된 경쟁도 없는 것이다. 한국의 은행산업은 겉으로는 경쟁이 치열해 보이지만 실제는 몇 안 되는 은행이 시장을 적당히 나누어 갖는 구조이다. 즉, 은행들은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영업만 잘해도 고수익을 낼 수 있어 국제화 등 어려운 일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치킨집도 국내에서 경쟁이 치열해 해외로 나가는 것에 비해 한국의 은행은 너무 편하게 장사를 한다.

은행 설립 허용에 대한 가장 큰 반대는 은행이 늘면 망하는 은행이 생겨 금융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처럼 은행의 수는 적어지고 덩치만 커지면 나라경제는 더 위험해진다. 은행이 크다고 더 안전한 것은 전혀 아니고, 큰 은행이 망했을 때의 충격은 더 크기 때문이다. 만약 1990년대 초까지 신한·한미·하나은행 등이 신규 설립되지 않았다면, 1997년 금융위기로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등이 망했을 때 국내 인수기관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새로운 은행이 생겨야 기존 은행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금융위기 시 구조조정도 쉬워진다.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을 시작으로 은행 설립을 조금씩 허용해 보자. 생각만큼 불안하지 않고 괜찮은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셋째는 기형적인 금융감독체계의 전면 개편이다. 한국의 금융감독은 중요 업무는 금융위원회가, 실무업무는 금융감독원에서 담당하는 이원화된 구조이다. 양 기관은 권한 다툼을 통해 이권을 나누어 갖고, 책임은 서로 미루기 딱 좋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은행, 보험, 금융지주회사 등 영역이나 기관별로 감독기관이 나누어진 경우는 있어도 업무 중요도에 따라 나누어지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우선 금융위와 금감원을 단일조직으로 통합하여 책임성을 높이고, 금융정책 등의 기능은 떼어내어 핵심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새 감독기관은 금융관료와 금융기관 경영진보다는 국민의 이익을 위한 중립적 기관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금융감독기관이 생겨나면 서민금융 활성화, 금융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금융개혁도 보다 쉽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정대영 | 송현경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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