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퓰리즘으로 포장된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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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제윤경의 안티재테크

금융포퓰리즘으로 포장된 ‘꼼수’

by eKHonomy 2012. 2. 19.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이 연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점은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이다. 

언론에서는 피해자들의 표에 구걸하는 포퓰리즘이라며 특별법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정작 피해자들조차 특별법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법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하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이야기하는 포퓰리즘적 태도라는 비판이 그런 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경향신문DB


포퓰리즘에 대한 국어사전의 정의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형태, 대중을 동원하여 권력을 유지하는 정치 체제로 대중주의라고도 하며 엘리트주의의 반대 개념’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선 피해 당사자들이 특별법에 대해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표를 전제로 특별법 통과를 위한 압박을 가하고 그러한 압박을 의식해 국회에서 특별법이 논의된다면 당연히 포퓰리즘이라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이와 다르다. 오히려 피해자들은 ‘피해구제’의 관점에만 서 있지 않다. 저축은행이 도산하면서 아까운 재산을 잃게 되었으니 그 피해를 다른 예금자들의 돈으로 보상해달라는 읍소가 아니다. 피해자들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지난 1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피해자들의 요구는 정부의 사과와 금융관료들에 대한 처벌이다. 즉 당장 피해금액 몇 푼을 돌려받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 아니라 좀 더 구조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의 본질은 사실상 금융회사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부실이다. 거짓된 재무제표를 전제로 금융상품이 팔려나갔고 그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로 인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기까지 했다.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법인과 금융감독 당국의 감사 및 감독은 부실했고 심지어 감독 당국의 부패까지도 드러나 있다. 애초에 거짓으로 설계된 상품을 판매하고 그 결과에 따른 피해를 모두 피해 당사자의 책임이라 말하기까지 한다.

이런 와중에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특별법은 피해자들에게 피해금액 일부를 예금보험 기금으로 보상하겠다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인 피해과정에 대한 문제 해결보다는 우선 급한 대로 문제를 덮으려는 꼼수다. 

그 꼼수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들이 마치 돈 때문에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을 흔들고 금융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이기적인 집단인 것처럼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특별법을 반대하는 데에는 바로 그들이 애초 이런 식의 문제 해결을 원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들도 원하지 않고, 다수 국민들 또한 찬성하지 않는 특별법에 대해 금융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는 것은 근원적으로 틀린 지적이다. 금융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별 사안으로 왜곡시켜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궤도에서 이탈하게 만든다.

특별법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감독 당국에 대해 따져 물어야 할 책임을 우회하고 있는 법이다. 저축은행 사태 해결에 대한 접근은 시작부터 달리해야 한다. 

그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부실에 대한 명백한 지적과 그에 따른 책임 요구여야 한다. 또한 불완전 판매가 일상화돼 있는 지금의 금융시장 전체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피해자들에게 피해금액 전체를 배상하고 금융감독 당국과 해당 저축은행 대주주들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해야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할 수 있고 금융감독 당국의 도덕적 해이까지 근절할 수 있을 것이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하고 현재의 자본시장법에 의해 소비자들에게 지나치게 복잡한 금융상품이 규제 없이 팔려나가고 있는 금융환경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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