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술 부족이 부른 수입 디젤차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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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고]기술 부족이 부른 수입 디젤차 홍수

by eKHonomy 2014. 10. 22.

어느덧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15%에 가까워지고 있다. 연간 약 20만대가 팔리는 수준이다. 얼마 전 수입차 등록대수도 100만대를 넘어섰다. 이 중의 약 70%가 승용디젤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비가 좋고 개성이 강하며, 브랜드 이미지가 좋은 수입차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수년간 급증하는 수입차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국산차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소비자를 배려하고 서비스 수준도 높아지며, 뒤처진 자동차 문화를 드높이는 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머지않아 국내 수입차 점유율 20% 달성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상대적으로 국산차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는 수출을 지향하는 만큼 국내 자동차 시장 개방은 필수적이다. 수입차와의 경쟁을 통해 국산차의 장점을 개발, 국내 시장을 글로벌 시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으며, 국산차 기술 개발을 촉진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잘못돼 수입 승용디젤차가 확대됐다고 하는데 잘못된 지적이다. 2005년 이전에는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돼 수입이 어려운 상태였으나, 2005년 이후 디젤차의 배출가스 기준이 완화되면서 수입차가 물밀 듯이 들어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2000년 당시 국내 완성차 업계는 국내 디젤차 기술 수준을 올릴 수 있는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에 디젤차 기준 대폭 강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2005년에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디젤차 기술 개발을 완료하면서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2005년과 2006년에 국내 완성차 업계는 디젤승용차를 시장에 출시했지만 판매 부진 등의 이유로 대부분 차종을 출시 후 5년 내 단종했고 디젤차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지 않았다. 결국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응이 늦었으며 기술 개발을 하지 않은 것이 현재 수입디젤차 국내 시장 점유율 향상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GM이 출시한 '크루즈 디젤 LT+' (출처 : 경향DB)


또 유류비용에서 가솔린보다 디젤이 약 10% 저렴한 것이 디젤차 비율 확대에 기여했다. 하지만 유류비는 국가별로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른 만큼 서로 간에 장단점이 교차된다. 매연과 소음이 적고 승차감이 좋아 고급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가솔린차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디젤차의 단점인 진동이나 소음이 줄어들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 것이 수입 디젤차의 인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가솔린보다 저렴한 디젤 비용은 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기를 잘 탄 경우가 바로 수입 승용디젤차인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은 냉정하다. 완성차 업계가 적기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것이 냉엄한 시장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정부의 국내 완성차 업계에 대한 지속적인 혜택이 도리어 기술 개발을 늦추고 태만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한다. 국내외 시장에서 더욱 냉엄하고 치열하게 싸울 수 있도록 기본 체력을 키우는 것이 국내 완성차 업계가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라도 국내 완성차 업계는 제대로 된 기술 개발과 완성도 높은 품질 그리고 선진형 소비자 욕구 분석을 통해 인정받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로 성장하기 바란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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