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풀어야 할 규제와 필요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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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고]풀어야 할 규제와 필요한 규제

by eKHonomy 2014. 3. 19.

규제를 혁파하려는 여러 나라들이 독일의 규제개선위원회를 주목하고 있다. 2006년 메르켈 정부에서 총리직속기구로 만든 이 위원회는 우리의 규제개혁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독일정부나 의회가 만든 규제 중에서 불필요한 것은 폐지하고, 필요한 것은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데 연차보고서를 보면, 왜 독일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히든챔피언을 길러내는지 엿볼 수 있다.

이 위원회의 2011년 연차보고서 서문에는 규제개선에 나서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잘 담고 있다. 규제는 ‘머리가 9개 달린 괴물 히드라’ 같아서 머리를 잘라내고 뿌리를 뽑아 불로 지져야 하며, 뽑고 또 뽑아도 다시 자라나는 잡초와 같다고 한다. 따라서 규제개선 작업은 끝까지 완주하지 않으면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 마라톤 같아 결승점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혁파와 관련해,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며,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죽는 암덩어리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만든 규제 중에서 좋은 취지로 만든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 취지와 달라지거나 행정 편의주의나 보신용 과잉규제를 만들어 현실 따로 규제 따로 겉돌아 기업만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중소기업들이 오죽 했으면 규제를 ‘손톱 밑 가시’나 ‘신발 속 돌멩이’라고 하겠는가. 같은 규제라 할지라도 작은 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더 큰 부담과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 (출처 :청와대 사진기자단)


대기업의 투자, 신사업 창출, 세계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은 풀어 경제활동에 활력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폐지해야 하는 나쁜 규제의 범주에 대기업이 골목경제를 휘저으며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빼앗는 것을 풀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불필요한 규제와 필요한 규제를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골목상권에서 소상공인이 내몰리는 현실을 방치하다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 빵집은 많은 사업 중의 하나라서 굳이 빵집을 하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돌아가지만, 영세자영업자의 빵집에는 가족의 생계가 걸린 큰일이다.

두부와 콩나물, 빵집은 대기업이 욕심을 내기에는 민망한 사업들이지만, 소상공인들은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새로 시작하기 어려운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다시 시작할 만한 자금 여력이 없는 소자본, 뚜렷한 기술이 없는 미숙련 계층으로 퇴로가 막힌 사람들이다. 이들의 삶의 터전을 대기업들이 잠식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나쁜 규제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골목상권의 사회안전망을 지키고 우리 사회 전체의 행복을 높이는 소상공인 규제는 필요하다. 이를 규제혁파의 대상으로 삼아 소상공인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몰아가는 것은 밥그릇 빼앗기에 지나지 않는다. 민간에서 사회적 합의로 정하는 적합업종 지정은 우리 사회가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려는 보다 성숙한 프레임이 작동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풀어야 할 규제는 풀고,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필요한 규제는 지켜야 한다. 규제개혁으로 묶어서 모두 다 내던질 일이 아니다.


김종국 |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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