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 산업혁명과 조경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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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고]4차 산업혁명과 조경문화

by eKHonomy 2019. 1. 15.

인공지능이 각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조경 분야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공원에서는 유비쿼터스 공간 구현이라는 개념하에 첨단 IT 시설을 도입하여 시스템과 시설물을 구축했다. 모 회사에서는 아파트 단지 조경공간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증강현실을 적용한 AR 가든을 도입했다. 추운 날에 대비하여 히터가 장착된 퍼걸러 설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사람의 운동 능력을 활용한 야외용 자가발전 에너지 운동시설도 이미 존재한다. 한겨울에 시민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춥지 않도록 벤치에 탄소 열선과 사물인터넷 온도 센서를 설치한 곳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자동적으로 제어한다거나 인공지능을 통해 실제와 가상이 통합된 가상 물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향후 누군가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조경디자인의 필수적 공간구성 원리인 통일성, 조화, 흥미, 단순성, 강조와 우세, 균형, 스케일과 비례, 연속성 등을 학습시킬지 모른다. 공간의 형태를 이끌어내는 데 많이 사용하는 기하학적 형태와 자연적 형태를 가르칠 수도 있다. 자연은 직선을 싫어한다고 말한 영국 조경가 윌리엄 켄트나 직선은 악마의 선이라고까지 말하며 자연계의 외관 형태에 주목했던 에스파냐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뛰어넘어 정육각형 꿀벌 집 구조, DNA 이중 나선 구조, 꽃이 지닌 방사형 대칭 등 자연계에 내재하는 체계적 질서의 엄격한 법칙을 이해시킬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도들은 인공지능을 인간지능의 수준에 도달하게 하여 걸작 조경 작품을 얻기 위함이다.

 

조경가는 조경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공재료와 자연재료를 모두 활용한다. 특히 지형, 돌, 물, 빛, 바람, 식물 등 자연재료를 사용해 시간의 경과, 계절의 변화, 운동의 감각 등 생물학적 리듬을 고려한 조경디자인을 한다. 자연재료만이 갖는 생명성, 시간성, 변화성의 본질적 장점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존재하는 자연재료들을 활용하여 객관화된 선험적 지식의 몸에 주관성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기에 조경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creation)라기보다는 모은 재료를 섞거나 편집하여 만드는 조성(making)의 문화이다.

 

미래의 환경이 유토피아적이든, 디스토피아적이든 단지 흥미와 편리함을 주는 현상적인 공간이 아니라 심미감, 인격, 사랑, 생명을 상호 나눌 수 있는 진짜 본질적인 공간이 추구될 것이다. 하이테크적인 인조 환경이 늘어날수록 인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현대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조경공간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현대인들은 조경문화를 통해 삶의 질과 가치가 높아지는 주거환경을 선호하고 있다. 미래 공간의 모습이 외관상 변한다고 할지라도 우리 안에 내재된 본성적 바람은 변하지 않는다. 실재의 자연을 통해 계절, 추억, 사랑, 가족, 공의, 용서, 화합, 인생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장소를 원한다. 미세먼지 등 오염 물질을 저감하여 환경을 정화하고 도시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기능은 물론이고.

 

미래 새로운 시장 창출과 산업 경쟁력 강화가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이 공생하여 디자인한 조경공간이 실체로서 현실 세계에 만들어지는 세상. 그래서 인공과 자연, 가상과 현실이 상존하는 세상. 바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혜택을 주는 환경 만들기에 힘쓰는 조경문화 시대에 본격 접어든 것이다.

 

<김신원 | 경희대학교 교수·예술·환경조경디자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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