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위원장 체제에서도 여전히 안일한 공정위 관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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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위원장 체제에서도 여전히 안일한 공정위 관료들

by eKHonomy 2018. 4. 13.

2016년 12월21일 오후 9시쯤 당시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였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성이 (국민연금 관계자들에게) 로비했다는 것은 팩트”라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과 맞물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이 한창인 때였다. 삼성물산 지분 10%를 갖고 있던 국민연금은 2015년 7월 내부 인사들로 구성된 의결기구에서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통화에서 “2015년 6월 말, 7월 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진행되는 시기에 삼성 미전실(미래전략실) 사람이 전해주기를 누가 누구에게 얘기해서 몇 표를 갖고 왔다고 할 정도로 매일 상황표를 만들어놨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국민연금에서 의결권 행사 권한이 있는 인사를 삼성 미전실의 누가 만났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 로비의 메커니즘과 속성을 매우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신뢰제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한국판 로비스트법’이라 불리는 외부인 접촉신고 제도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6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간 상생방안 발표회'에서 삼성전자 주은기 부사장(왼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효성그룹이 조현준 회장의 공정위 검찰 고발을 막기 위해 ‘구명 로비’를 한 의혹(경향신문 4월11일자 1면·4면 보도)에서 드러났듯이 공정위 관계자들은 이 제도를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효성 로비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연락오는 걸 어떻게 다 신고할 수 있느냐”고 했다. 공정위 과장급 관계자는 “외부인 접촉 신고 시스템 때문에 눈치만 보이고 불편하다”고 했다.        

 

“나쁜 의도가 있다면 얼마든지 몰래 만날 수 있는데 신고제도가 무슨 소용이냐”고 말한 공정위 과장도 있었다. 외부인 접촉 신고제도의 제한을 받지 않는 일부 7급 조사관들은 대기업 대관과 꾸준히 만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해 11월 공정위 관계자에게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20년 가까이 공정위 출신 관료들의 대기업 재취업을 알선했던 관행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이 인사는 “인간적 배려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기업과의 접촉에 안일한 공정위 관료들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원진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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