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제도를 감사한 결과 정부 계획보다 공급량이 모자란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사람 명의로 재계약되거나, 억대 연봉자 자녀가 전세자금을 지원받는 경우도 있다. 집 없는 시민들에게 자괴감을 주는 것은 물론 정부의 정책 신뢰도를 훼손하는 일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최저소득계층인 소득 1분위(지난해 평균 연봉 601만원)와 2분위(1273만원)에게 영구임대주택을, 2~4분위 계층(1273만~1936만원)에게 국민임대주택을 분양하고 있다. 감사결과 2013~2016년 영구임대주택은 계획 물량의 21.8%, 국민임대주택은 61.7%만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영구임대주택 1만가구, 국민임대주택 3만8000가구를 공급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면서도 예산을 3조원 적게 배정한 결과다. 계획보다 공급이 적은 것은 무능의 소치이지만, 계획만 발표하고 예산을 챙기지 않았다면 시민을 우롱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입주자 자격을 따져보면 문제가 더 많았다. 일괄적으로 3인 이하 월 평균소득 481만원 이하 가구면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월급 481만원인 1인 가구는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 반면 부부 월급이 각각 220만원이고 자녀 1명이 아르바이트로 42만원을 버는 3인 가구는 입주할 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아 입주 계약을 한 35명이 입주 이후 숨졌는데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사망자 명의로 재계약해 친·인척이 입주하기도 했다. 저소득층 대학생 전세자금을 지원해 주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조사한 결과 연 소득 3억5000여만원인 가구의 대학생 자녀가 입주한 경우도 있다. 또 연봉이 1억2000만원 이상 가구 대학생 자녀 150여명이 입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집 마련은커녕 소득의 대부분을 집 빌리는 데 쓰느라 저축할 여력도 없는 ‘렌트 푸어’가 양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감사결과는 서민들을 더욱 허탈하게 한다. 저소득층이 하루를 연명하느라 한눈도 팔지 못하는 사이 부자들은 여유에서 나오는 정보력을 갖고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거나 눈속임으로 없는 이의 몫까지 가로챘다. 비단 윤리적 문제일 뿐 아니라 범죄다.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면, 돈 없고 힘없는 이들의 불신은 더 굳어질 수밖에 없다. 부당 임대주택의 회수, 임차인에 상응 조처는 물론 실효적인 재발 방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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