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준기 동부 회장, 채권단과 힘 겨룰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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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김준기 동부 회장, 채권단과 힘 겨룰 때 아니다

by eKHonomy 2014. 6. 27.

재계 순위 18위인 동부그룹의 경영환경이 심상치 않다.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그룹 전체로 유동성 위기가 번지고 있다. 채권단과의 갈등으로 주력계열사인 동부제철의 자율협약(공동관리)이 미뤄지고 있고, 그 여파로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계열사들의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면서 줄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동부는 1969년 건설로 시작해 현재 철강·금융 등 7개 분야 65개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철강과 건설 경기 악화로 자금난에 봉착했고 지난해 말 계열사 매각 등 3조원대의 자구안을 내놓고 채권단의 자금 지원으로 견뎌왔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로 거론되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 패키지 매각안이 엊그제 인수 후보인 포스코의 거부로 무위로 끝나면서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 일가가 갖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4800억원 상당)을 담보로 제공하면 추가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동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당초의 자구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알짜 계열사인 동부화재만은 내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장 7월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CNI의 회사채 500억원의 해결이 난제다. CNI 측은 차환발행 대신 자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방법은 불분명하다. CNI는 철강, 건설, 하이텍 등 동부그룹 제조 분야 계열사의 지주회사로 잘못될 경우 연쇄 도산도 우려된다.

채권단이 동부그룹의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한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그룹 본사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_ 연합뉴스


김 회장 입장에서는 계열사의 매각작업을 채권단이 주도하다 실패한 것이어서 부글부글 끓을 수 있다. 하지만 버티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동부의 위기는 무리한 사업확장과 경기불황 속에서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 총수의 책임이다. 더구나 잘나갈 때는 과실을 챙기면서 정작 책임경영이 필요할 때 발을 빼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김 회장은 앞서 동향인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을 철강 분야 회장으로 영입, 정·관계의 영향력에 기대려는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안겨준 터다. 자금난이 심해지자 임직원에게 자사주 매입을 강요한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김 회장이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동부 임직원과 투자자, 그리고 국가경제이다. STX와 동양이 무너진 것은 총수가 경영권에 집착하면서 수습의 적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채권단도 동부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기업이 힘들어졌다고 비올 때 우산뺏기식으로 대출을 회수하기보다는 상황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최소한 동부 임직원 4만명의 생사가 걸려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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