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가계부채가 주요 선진국보다 높고, 소비·성장의 제약요인이 될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투기성 가계대출’을 조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채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주범이 부동산 투기 목적의 대출이라고 봤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대출을 줄이는 신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빚내서 집 사는 시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금융의 문턱이 높아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이다. 금리가 낮은 대출상품 등으로 부채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투기수요를 줄이고 대출의 질을 높여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겠다고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김기남 기자
주지하듯이 한국의 가계부채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빚 가운데 절반 정도가 상환이 불투명하다고 한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는 17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를 크게 넘어선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가계대출을 규제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늦은 감마저 든다.
정부는 기존 대출자의 신규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신DTI 외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고 임대사업자의 대출도 규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출총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부 논란은 있지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서민과 자영업자를 위해 내놓은 대책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정부는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을 위해 은행권의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형태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5000억원 규모로 운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원리금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장기고정분할상환 상품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또한 정부가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해내리 대출)은 새로운 대책이 아니다.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 규모를 확대해 이들이 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없이 지적되어 왔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예대마진도 규제해야 한다.
장기간의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장 타격을 받는 계층은 한계선에 있는 취약계층이다. 역설적이게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이 낮은 신용도로 인해 고금리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투기적인 대출수요 관리뿐 아니라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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