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넘게 끌어온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난이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일단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어제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방침 확인 등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롯데홀딩스는 한국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로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다.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지지를 재확인한 신 회장은 ‘원 롯데, 원 리더’ 체제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신 회장의 승리로 롯데홀딩스 주총이 마무리됐지만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동생과 표대결을 벌이려다 패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주총이 끝난 뒤 “앞으로도 동료인 사원 여러분과 거래처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겠다”고 말해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신 전 부회장에게는 소송 카드도 남아 있다. 분쟁 와중에 총괄회장의 음성 파일과 지시서 등을 제시했던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또 다른 증거물을 들고 법원을 찾아가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및 L투자회사 대표이사 선임이 무효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신동주 전 부회장(왼쪽)·신동빈 회장_경향DB
롯데홀딩스 주총 진행 과정에서는 롯데의 고질적인 기업문화로 지적됐던 폐쇄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신 회장이 지난 11일 대국민사과에서 “롯데를 과감하게 개혁해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지 엿새 만이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주총은 비공개였고, 장소와 시간도 비밀이었다. “개혁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던 신 회장은 30분 만에 주총을 끝낸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원인 중 하나인 비밀주의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다. 경영방침에 대한 주총 안건도 ‘신동빈 대표이사를 중심으로’라는 단서가 붙은 것을 제외하면 구체적이지 못했다.
주총에서 이겼어도 신 회장 앞에 놓인 난관은 많다. 우선 불씨가 남아 있는 경영권 분쟁을 완전하게 끝내야 한다. 아버지와 형을 상대로 민망한 싸움을 계속한다면 롯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순환출자 해소와 호텔롯데 상장 및 지주회사 전환 등 약속했던 지배구조 개선도 명확한 로드맵을 내놓고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대기업의 책무도 성실히 이행해야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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