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상품에 대해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방씩 주고받은 뒤 타협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지난 4일 미국산 품목 연간 500억달러(약 53조원)어치 106개 품목에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중국산 품목 1300개에 25%의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뒤에 내놓은 보복 조치다. 하지만 정면충돌이 미칠 손실이 막대하다는 점을 의식하는 양국은 부과 시점을 늦추며 타협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양국이 관세를 매기기로 한 품목은 서로의 ‘급소’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미국은 고성능 의료기기, 산업로봇, 항공우주, 차세대 정보기술 등 시진핑 국가주석의 핵심 산업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 2025’의 품목들을 정조준했다. 중국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중서부 농업지대와 ‘러스트벨트’의 주력 생산품인 대두(콩)와 자동차, 항공기 등에 초점을 맞췄다. 맞불관세가 실제 부과된다면 경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모든 문제가 테이블에 올라온 만큼 이제는 협상과 협력의 시간이 됐다”고 했고,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경제위원회 위원장은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조치를 실제로 시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두 강대국이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글로벌 경제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단순한 통상 공방을 넘어서 미래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대회전’의 성격이 짙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시 봉합된다고 해도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4일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정책을 “중국의 미래에 대한 공격이자 중국 공산당 토대에 대한 공격”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의 무역협회는 미국이 대중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할 경우 중국의 대미수출이 감소하면서 한국의 총수출도 0.03%(1억9000만달러) 줄어들게 된다고 추정했다.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확대하는 선에서 타협할 경우 한국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이 40억달러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공방이 어느 쪽으로 귀결되건 통상 국가인 한국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지속된다면 세계 교역구조에 변화가 초래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번 무역전쟁이 미칠 파장에 대한 면밀한 대응은 물론 미·중 갈등이 몰고올 미래 산업시장의 변화까지 아우르는 능동적인 산업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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