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비 가계빚 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로 세계에서 8번째로 높았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보다 4.6%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상승폭은 주요 43개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것이다. 한국의 경제규모에 견준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가계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부담 비율은 12.5%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해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BIS가 조사한 17개국 중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지난달 말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는 1406조원에 달한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2012년 905조원에서 5년 새 501조원 늘었다. 가계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고위험가구 대출액은 2015년 46조4000억원에서 올해 62조원으로 급증했다. 대부분 제2금융권에서 빌려 위험도가 높은 대출이다. 더군다나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다음달부터 보유자산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온 양적완화에 종지부를 찍고 ‘긴축’을 선언한 것이다. 연준은 오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이 돈줄을 조이면 한국의 시중금리 상승세도 가팔라져 가계부채 상환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장기간의저금리 기조와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정책 탓에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비춰 정부의 대응은 느슨한 편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가계부채가 경제 전반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한은도 같은 맥락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당초 8월에서 9월로, 다시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뤘다. 가계부채 대책 마련은 상황 논리로 접근해 미적거릴 일이 아니다. 눈앞의 경기위축을 우려해 대증요법으로 대처했다가는 한국 경제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점검해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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