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은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에 돌입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같지는 않다. 1분기 소득 최하위 20%(2인 기준)는 1년 전에 비해 8%가 줄어든 월 128만원을 벌었다. 반면 최상위 20%는 9.3% 늘어 월 1000만원 넘게 벌었다. 전반적인 삶이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한국인은 새로운 질곡, 즉 가진 자가 더 많이 갖는 구조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물론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 앵거스 디턴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19일 경향포럼에서 “미국의 정의는 부유한 백인에게만 있으며 90%는 성장혜택 제로 상태” “인류는 진보했지만 일부에 국한된 얘기로, 진전은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불평등 심화 요인이 가진 자들이 노력 없이 이익을 갖는 ‘지대추구 행위’ 때문이라는 분석은 흥미롭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 경제 현실을 “기업이 강해지고 노동자가 약해지는, 착취를 기반으로 한 성장”으로 표현했다. 디턴 교수는 엘리트들이 지대추구를 통해 서민을 갈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의 먹잇감이 되면서 배를 불려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은 가슴을 후빈다. 이는 가진 자들이 진입장벽을 높여 그들만의 리그를 촘촘히 해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사회가 된 한국적 현실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소득 불평등은 미국·한국 가리지 않고 먹고사는 문제에서부터 교육의 차이, 건강의 차이, 결국 삶의 질 차이로 이어지면서 공동체를 망가뜨린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식 감세정책은 상위 1%의 배만 불린다며 분배로 공유성장을 이룬 북유럽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디턴 교수는 세금 부과만으로는 안된다며 독점 그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석학의 진단이 아니더라도 부의 방향을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돌려세우지 않는 한 불평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소득주도 정책이 지속돼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야당과 보수진영에서 최근 악화된 고용·불평등 지표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의 속도조절론을 제기하지만 과학적 분석 없는 정치적 선동에 가깝다. 디턴 교수도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을 양산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시장경제로의 회귀가 아니라 시장경제 규칙을 다시 설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조세체계, 연금체계, 사회적 일자리 등 고쳐야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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