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5년을 관통할 경제정책방향이 나왔다. 사람 중심 경제체제를 정점에 놓고 소득주도, 일자리 중심,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라는 4대 정책방향이 제시됐다. 대기업 중심의 양적 성장에 매달려왔던 그간의 경제정책 패러다임과는 결별하고 가계를 중심에 놓고 분수효과를 통해 경제를 굴러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주도 성장이 낙수효과는커녕 양극화와 중산층의 붕괴만 가져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패러다임 전환은 의미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 관계 장관들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자리를 함께 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새 경제정책은 지난 9년간 보수정권이 성장률과 소득목표 등 장밋빛 전망을 통한 성장 일변도 정책으로 일관해온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4년마다 성장률이 1%씩 떨어지는 등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양극화가 심화됐다. 정부가 여러 논란에도 최저임금 인상부터 고용증대를 위한 각종 세제지원, 대·중소기업의 협력이익배분제까지 정책수단을 망라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낯섦과 성공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다. 낯섦이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그에 걸맞은 촘촘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론을 들여다보면 미덥지 않은 부분이 많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정부 지원을 언제까지 가져갈지, 정부의 계획에 민간을 어떻게 따라오도록 할지 대책과 장치 등이 미흡하다. 의미도 불분명한 4차 산업혁명을 유일한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대목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떠올리게 한다.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에 대한 설계도 부실하다. 정부는 초과세수와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원마련이 가능할 것처럼 말하지만 김동연 부총리조차도 “지출 구조조정은 결코 쉽지 않다”고 토로하는 현실이다. 포괄적 증세에도 소극적이다. 정부는 다음주 중 세제개편 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지만 문 대통령이 “증세는 초고소득층·초대기업에 한정되고 일반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 상황에서 운신의 여지는 좁다. 증세에 따른 후폭풍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는 실타래를 풀 수 없다. 벌써 군복무 기간 단축 같은 과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조정하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 새 경제정책의 기저에 저소득층을 비롯한 모든 시민이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면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선언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야 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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