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적 유동성 확대 경쟁에 무작정 가세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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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세계적 유동성 확대 경쟁에 무작정 가세할 일 아니다

by eKHonomy 2016. 2. 25.

중국인민은행이 어제 역환매조건부채권 거래로 3400억위안(약 64조2000억원)을 시중에 풀기로 했다. 이는 시중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서 채권을 매입해 자금을 공급하는 방법이다. 앞서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엔화 약세와 유동성 확대를 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음달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금리 인하 또는 채권매입 확대 등을 검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폈던 미국은 지난해 말 경제가 회복됐다고 판단해 단계적 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 회수를 시작했다. 반면 중국과 유럽, 일본 등은 경제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오히려 더 강력한 유동성 확대 카드를 꺼내고 있다. 각국이 유동성 확대 경쟁을 벌인다면 미국도 금리 인상을 유보할 가능성이 크다.

시중에 유동성이 확대되면 이론상으로는 돈의 가치가 하락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가 살아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가계나 기업은 돈을 쥐고 쓰지 않는다. 이른바 ‘유동성 함정’ 또는 ‘돈맥경화’에 빠지는 것인데, 한국 경제 상황과 비슷하다. 금융위기 직전 연 5.25%였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1.5%까지 내려갔고 이달까지 8개월째 동결됐다.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늘었지만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다.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넘어섰고, 부동산 가격만 올랐다. 적어도 한국 경제에서는 유동성 확대가 실물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이 증명됐다.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2016년 전망_경향DB

심각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유동성 확대폭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한국의 광의통화(M2)는 2014년 2077조2340억원으로 2007년에 비해 63.1%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의 M2 증가율 56.6%, 유로존 18.7%, 일본 16.8% 등에 비해 훨씬 높다. 유동성은 무한대로 늘릴 수 없고, 언젠가 회수해야 한다. 증가폭이 크면 회수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를 더 내려 유동성을 늘려주기를 바라는 정부의 태도는 무책임한 것이다. 유동성을 확대하기보다 이미 풀린 유동성이 잘 돌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부채에 의존한 기존 성장 정책은 유동성 함정만 키울 뿐이다. 유동성이 가계 소득으로 흘러들어가 내수를 활성화하고,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소득주도의 성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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