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정도 청사진으로 한국지엠 정상화 가능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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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이 정도 청사진으로 한국지엠 정상화 가능하겠나

by eKHonomy 2018. 2. 23.

배리 엥글 GM해외사업부문 사장이 22일 고형권 기재부 1차관과 이인호 산업부 차관을 잇따라 만나 한국지엠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21일에는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과 만나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 범위 등을 놓고 의견을 조율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GM이 내놓은 정상화 방안은 크게 4가지다. 우선 이달 말에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5억8000만달러(약 6200억원)에 대해 한국지엠이 담보를 제공할 테니 이를 수용해달라고 했다. 한국지엠이 GM 본사로부터 빌린 27억달러(약 2조9200억원)를 출자전환할 테니 산은도 지분비율(17.2%·약 5000억원)만큼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28억달러(약 3조원)의 신규투자 계획에 산은이 지분만큼 참여하고, 부평·창원 공장을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종합하면 군산공장 폐쇄방침은 변함없고, 부평·창원 공장 잔류 조건으로 1조원 이상의 지원과 세제 혜택을 요구한 셈이다.

 

22일 오전 전북 군산의 한국지엠 군산공장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조합원들이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 고개를 떨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차입금에 대한 한국지엠의 담보제공과 과거부실을 털기 위한 증자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규투자는 실사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GM 본사의 청사진으로 한국지엠의 정상화를 담보하기에는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신중 대응은 당연하다. 특히 한국지엠 차입금을 출자전환할 경우 고율의 이자수익 등 GM 본사와의 비정상적 거래로 누적된 부채 측면이 강해 GM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도 없다.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손부터 벌리는 것을 용인할 시민은 없다. 김동연 부총리가 이날 한국지엠의 해법으로 대주주 책임과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를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GM 본사는 한국지엠이 곤경에 처한 것은 노동자들의 고임금과 저효율성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본사의 글로벌전략 재편 과정에서 고사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지엠은 2012년까지만 해도 GM 본사가 판매하는 차량의 5분의 1을 만들어낼 정도로 활력이 있었지만 유럽지역 철수전략 등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부평·창원 공장의 제품도 소형 SUV인 트랙스와 중형세단 말리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구형 모델인 데다 경쟁력도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로 차종 2개를 배정한다 해도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다. GM 본사가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불투명한 경영개선 노력, 장기 투자계획, 고용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정상화방안을 내놓는 게 마땅하다. 정부도 한국지엠이 과연 투자를 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 투자를 하면 자생할 수 있는지 등을 면밀히 파악해가며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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