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정부 쥐어짠다고 복지문제 해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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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지방정부 쥐어짠다고 복지문제 해결되나

by eKHonomy 2015. 1. 26.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어제 주재했다. 관심사인 연말정산 대란에 대해 방법을 강구해 보자면서도 정작 초점인 증세 문제에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복지 재원 확충방안으로 지방교부세, 교육재정교부금 개혁을 꺼냈다. 기존의 재원 마련의 한계를 인정한 것 같아 진일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증세는 없다’는 골격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세간의 인식과의 괴리만 재확인한 것 같아 씁쓸하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증세와 관련한 본질 문제는 철저히 외면했다. 우선 연말정산에 대한 월급쟁이들의 분노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는 변화를 정부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얘기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이 확산된 데는 늘어나는 복지수요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기업 감세, 종교인 과세 등 정작 손봐야 할 부문은 성역으로 놔둔 채 저소득층 부담률이 큰 담뱃세 같은 간접세를 올리고 유리지갑을 터는 등 조세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큰 몫을 했다. 이런 정서를 모른 채 단순히 홍보 부족으로 뭉뚱그리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새로 임명된 현정택 정책조정, 우병우 민정, 조신 미래전략 수석과 함께 이명재 민정, 신성호 홍보, 임종인 안보, 김성우 사회문화 특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러 들어서고 있다. (출처 : 경향DB)


재정 확충방안으로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 개혁을 얘기한 것도 생뚱맞다. 박 대통령은 지방교부세의 경우 지자체가 자체 세액 확충 노력은 하지 않고 중앙정부에만 의지하는 것처럼 언급하면서 교부세 제도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의 지방재정 악화가 경기침체에서 비롯됐고 여기에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도 한몫한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자의적인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만 자극할 게 뻔하다. 교육재정교부금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무상교육 재원을 둘러싸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일부 제도적 폐해를 인정한다 해도 지방정부가 복지수요에 대한 재원을 일부 부담하는 현실에는 눈감은 채 지자체에만 으름장을 놓는다고 해결될 것은 없다. 지방정부를 쥐어짜 세수를 늘린다 하더라도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일 게 뻔해 실효성도 낮아 보인다.

문제의 본질이 복지를 늘리겠다면서 증세는 없다는 모순된 정책에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바다. 정부가 복지예산 134조원 조달방안으로 제시한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정부 지출 축소는 이미 실패로 확인되고 있다. 이제 복지 문제는 증세 논의를 외면한 채 꼼수와 잔꾀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제한된 수준의 재정 확충을 위해 새로운 꾀를 내기보다는 본질을 직시하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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