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100엔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99.74엔을 기록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00엔대에 근접하고 있다. 엔화약세(엔저)는 시작일 뿐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워싱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가 일본이 살아야 세계경제가 산다며 일본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엔화를 무제한 찍겠다는 정책을 사실상 용인했기 때문이다. 올 연말까지 105엔, 내년에는 120엔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제품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리 제품 수출에 타격을 입힌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는 악재다. 올 들어 원화값은 엔화 대비 9.7% 올라 우리의 수출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약화된 상태다. 가뜩이나 기업 투자가 급감하고 있고, 내수시장 소비가 위축된 마당에 경제성장의 유일한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와 석유화학, 철강 등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품목은 올 들어 수출 실적이 줄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100엔이 되면 국내 기업 수출은 3.4%, 110엔까지 오르면 11.4% 각각 준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기업도 힘들지만 해외생산을 통해 어느 정도 타격을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 수출기업들은 고스란히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
하락하는 엔화가치 (경향DB)
초엔저 시대가 불가피한 대세라고 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헤쳐나가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 어쩔 수 없다고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이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1년 만에 40% 오르면서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격경쟁력 열세를 원가 절감, 생산성 제고, 고부가가치 첨단기술 개발 등 비가격경쟁력으로 만회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나 원·엔 환율이나 급등락은 경제에 충격을 주는 만큼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는 단기 투기성 자금(핫머니) 흐름을 예의주시해 우리 금융시장에서 활개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국제사회, 특히 개발도상국들과 손잡고 엔화가치 하락에 공동대처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당장은 힘들지만 엔화약세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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