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취약 채무자 특별 감면제도와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 활성화방안을 내놨다. 오는 8일부터 3개월 이상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기초생활수급자·중증장애인·70세 이상 고령자 등은 채무원금에 관계없이 최대 95%를, 1500만원 이하 대출금을 10년 이상 갚지 못하는 장기연체자는 최대 85%의 빚을 각각 감면해주기로 했다. 소득이 중위소득의 60%(3인 가구 경우 225만원)보다 적고, 파산면제 재산(서울시 4810만원) 이하의 순재산을 보유한 연체 채무자로, 3년 동안 약정한 채무 일부를 성실하게 갚는 경우에 한해서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자도 상환 능력에 따라 장기분할·상환유예·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 조치는 취약계층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생계가 어려운 서민들의 과도한 빚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 조치는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 개인이 빌린 돈을 깎아주는 것은 ‘빌리면 갚아야 한다’는 금융의 기본적 신뢰와 질서를 훼손할 위험이 크다. 게다가 빚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구제하는 제도는 이미 존재한다. 법원의 개인회생이나 파산면책,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상환기간을 유예·연장하거나 채무를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장기 추심에 시달려온 322만명의 빚 32조여원어치를 없애준 바 있다. 금융기관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소각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하지만 1000만원 이하 대출을 10년 이상 장기 연체해온 58만명의 채무를 면제 또는 감면한 데 이어 또다시 범위를 넓혀 채무를 탕감키로 한 것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민의 빚을 구제해주는 것은 가계부채 위험을 해소하고, 취약계층에 최소한의 삶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의 책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혜택이 과하면 “돈을 빌리더라도 버티면 정부가 대신 갚아준다”는 잘못된 기대가 형성될 수 있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채무 불이행자를 양산할 수 있는 것이다. 신용회복제도는 장기간 바꾸지 않을 만큼 제대로 된 대책이어야 한다. 운영도 엄정해야 한다. 꼼꼼한 심사를 통해 실제로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을 보호할 때 기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자칫 ‘부자의 빚’까지 탕감해주는 우를 범할 경우 ‘서민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다’는 기본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온라인 경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또 낮춘 경제성장률 목표, 부진탈피 위해 전력 다해야 (0) | 2019.07.04 |
---|---|
[정동칼럼]국제 규범 파괴하는 ‘무역의 정치화’ (0) | 2019.07.03 |
[제현주의 굿 비즈니스, 굿 머니]그물로 만든 스케이트보드 (0) | 2019.06.28 |
[사설]서비스산업 혁신, 신서비스산업 육성이 초점이다 (0) | 2019.06.27 |
[아침을 열며]마법의 경제는 다시 오지 않는다 (0) | 2019.06.24 |
댓글